17.08.03



일본 여행 다녀온 지 일주일도 채 안 지났는데 다시 실험실에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나면 공부고 운동이고 할 힘이 없다. 그냥 침대에 누워 무선 충전기 위에 올라간 핸드폰 마냥 누워서 기력을 충전하고 있음. 내가 정말 지난 주엔 일본에 있었나, 거기서 뽈뽈 대며 사진 찍고 돌아다녔나, 하고 되묻게 된다. 영 현실감이 없는 추억.


8월을 맞아 필름공구에서 로모 필름 36컷짜리 2개랑 코닥 컬러 플러스 필름 1개, 그리고 콘탁스에 넣을 리튬 전지를 한 개 주문했는데, 오늘 퇴근하니 택배가 와 있었다. 콘탁스로 사진 찍을 걸 엄청 기대하고 있었는데, 음 글쎄, 뭔가 사진 찍는 맛이 좀 덜한 것 같다. 셔터 소리 때문인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니콘 FM이다. 셔터 소리가 되게 중독성이 있음. 그런데 처음 받을 때부터 노출계가 고장나 있어서 뭔가 가지고 다니기가 좀 그렇다. 사진이 제대로 안 찍혀있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어느 순간부터 안 가지고 다니게 된 듯. 뇌출계로 해보려고 해도 워낙 카더라가 많아서 따라하기도 애매하고.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삽질 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디카랑 비교했을 때 많이 불편한 것 같다. (누군가는 그게 필름의 매력이라고 하겠지만, 글쎄...내가 돈이 없어서 그런가.) 내가 따로 공부를 하려고 해도 연구실 나간 뒤로 저녁 시간이 증발해버려서 그럴 힘도 없고. 좋아하는 걸 못 하고 멀뚱히 보고만 있어야 된다는 게 너무 스트레스다. 휴...


17.08.01


일본 여행은 무사히 잘 다녀왔다. 여행 다니는 내내 미러리스를 가지고 다니면서 사진을 왕창 찍었더니 사진 정리하고 보정하는 게 거의 중노동이다. 중노동도 하고 내일 오랜만에 연구실도 나가니 실험 준비도 하면서 노동요로 계속 파라다이스 로스트만 듣는 중이다.




원래 영상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내가수 뮤비도 거의 안 보는데, 이 노래 처음 나왔을 땐 뮤비를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곤 했다. 안무가 엄청 인상깊기도 하고, 그걸 표현하는 가인이 정말 멋진데다가, 기독교의 빻은 모티브들을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 한 것에 완전히 반해서 매일매일 영화 감상하듯 뮤직비디오 감상을 했다. 오랜만에 다시 보는데도 전혀 촌스럽거나 과한 느낌이 없고 오히려 예전보다 더 세련되게 느껴진다. 가인님 앨범 많이 내주세요 제가 항상 응원하고 좋아해요



17.07.13



실험을 하다 보면 하루에 너무 많은 정보가 머리에 들어오는데, 문제는 그 정보들이 사소한 거라서 들어오는 만큼 머리에서 빠져나간다. 그래서 연구실에서 조금씩 주워듣는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으려면 메모가 필수다. 최근에 메모의 필요성을 느껴서 큰맘 먹고 몰스킨을 하나 장만했다. 





몰스킨은 은근 콜라보 많이 하는 듯. 가장 마지막에 산 몰스킨이 토이스토리 콜라보였는데 이번엔 미니언 콜라보 몰스킨이다. 난 가운에도 넣고 들고 다니기 편하라고 포켓 사이즈로 샀는데 표지가 로얄 블루 색이라 때도 잘 안 타고 괜찮을 듯.


줄노트 타입은 처음 써보는데, 역시나 난 무지로 나온 게 더 좋다. 일단 칸이 너무 좁아서 글씨 쓸 때 편하게 쓰기 힘듦... 근데 요즘 콜라보 버전 몰스킨은 죄다 줄노트로 나와서 좀 짜증난다. 그래도 예전엔 예의상 무지 노트 버전도 내주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런 것도 없음.



17.07.11



아침에 출근하는데 화학부 건물 입구에 대문짝만하게 공고가 붙어있었다. 지난 주말 6층 실험실에서 브로민이 유출됐는데 다 잘 처리됐다는 글이었다. 오늘도 평화로운 화학부


뭐 일이 지난 주말에 있던 일이기도 하고 나 있는 실험실은 1층이라 크게 걱정 안 하고 계속 실험하고 있었는데, 오후에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졌다. 5층에서 불이 나서 전원 대피하라고... HPLC 막 찔러서 시료 받던 중에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부랴부랴 노트북 챙겨서 나왔다. 불난 곳이 합성하는 방이라 혹시라도 수소 가스에 불 붙어서 폭발할까봐 무서워서 학관까지 대피함. 그와중에 속없는 인간들 몇 명이 불구경 하겠다고 500동 가더라. 아휴 인간들아.


학관 간 김에 밥을 먹었는데, 저녁 먹는 중에 상황이 다 정리됐다. 불도 5층이 아니라 3층에서 난 거였고 그다지 큰 불도 아니었다고. 하지만 요새 500동에서 자꾸 작은 사고가 나니까 곧 큰 사고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매우 불길한 느낌... 이게 다 환경안전원에서 하인리히 법칙 수업 들은 게 자꾸 기억나서 그런 것이다.


암튼 브로민이 유출된 건물에서 실험하다가 불나서 내 샘플도 회수 못하고 대피하고, 실험 정리한 다음엔 연구실 선배 생일파티 가서 오랜만에 과음했음. 술을 너무 먹어서 몸이 저리다. 


사수님 저 내일 월차 쓰게 해주세요 제발



+그리고 이 다음 날 진짜로 몸살 나서 실험실 못 갔다. 근데 증언에 의하면 내가 이미 술자리에서 "오빠 저 내일 못 나올 것 같아요." 라고 했다며. 예정된 결근이었다. 따란.



17.07.03



시간 없어서 그동안 쭉 미뤄왔던 티스토리 리뉴얼 드디어 끝냈다!


열심히 좀 살아보겠다고 일요일에 기껏 출근했는데, 사수랑 디스커션 하다가 NMR 대답 제대로 못하고 실험한 것도 날려버려서 최근 반년 간 자괴감 최고치 찍었다. 흑흑. 진짜 너무 울고 싶고 마음이 괴로워서 좀 쉬고 싶었음. 근데 공부 안 하고 쉬기만 하면 너무 악순환이잖아요...ㅠㅠ 그래서 일단 논문부터 다 읽고 티스토리 리뉴얼이라도 하려고 논문 읽다가 중간중간 쉴 때 포토샵으로 디자인을 간단히 했다. 원래 닷홈 파서 놀던 사람인지라 개인홈 스타일이 좋아서 그렇게 디자인하긴 했는데, 막상 구현을 하려니 내가 css 알못이라 도저히 뭘 만들 수가 없었음ㅠㅠ 도안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자괴감 덜려다 자괴감 얹기ㅎ


결국 닉스 님이 올려주신 스킨이랑 예전에 받았던 다른 스킨을 합쳐서 새로운 스킨으로 꾸몄다! (물론 이것도 쉽게 하진 못하고 결국 하룻밤 꼬박 샜음...)


그래도 손발 부지런히 움직인 덕분인지 결과물이 맘에 든다 :) 깔끔한데 너무 단순하지도 않고 적당히 고급진 그런 스킨 늘 찾아다니고 있었는데 드디어 만들었다! 자급자족은 진리입니다.


근데 아무래도 서로 다른 두 스킨을 합치다보니 이런저런 오류가 좀 생기긴 했다. 큼지막한 오류 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콘텐츠 영역이 사이드바 옆이 아니라 저 멀리 스크롤바에 착 붙어있었던 거. 진짜 그거 때문에 그만 두려고도 하고 해결하려고 별 짓을 다 해봤는데 아주아주 간단한 HTML 문제였다. 매우 허탈... 다른 하나는 리뉴얼 다 해놨더니 모바일웹 실종(;;;) 내가 컴퓨터보다 핸드폰으로 내 티스토리를 더 많이 보는데 모바일웹이 없다뇨 흑흑...이건 진짜 css 노가다 해서 겨우 살렸다. 다 해결하고 나니 새벽도 아니고 아침 7시^^...


건강을 잃고 예쁜 티스토리를 얻었다.


17.06.28



BGM :: 로이킴 - 할아버지와 카메라



드디어 시험도 다 보고 레포트도 다 썼다. 이제야 진짜 휴가인 것 같은데 당장 내일부터 다시 출근이라니...


암튼 고향에서 아빠랑 티비 보다가 '집에 필름 카메라 있나요?' 한 마디 했는데 갑자기 필카가 두 개나 퐁 하고 튀어나왔다. 둘다 기종은 니콘이었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쓰시던 거다. 하나는 오토 포커스가 되는 플라스틱 바디 기종이었고, 다른 하나는 니콘 FM. 클래식한 스타일이 좋아서 니콘 FM을 가져가겠다고 했는데, 아빠한테 소식을 들으셨는지 사진 찍는 거 좋아하시는 작은아빠가 필름카메라 사진을 몇 개 보내시면서 '갖고 싶은 거 있음 말해봐라~' 하셨음. 당황했지만 그와중에 작아서 갖고 다니기 편할 것 같은 콘탁스 tvs가 눈에 들어와서 냉큼 그거 받겠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에 니콘 F100 바디까지 덤으로(?!) 주셔서 하루 아침에 내 몫으로 세 개의 필카가 생김. 따란.



필카 알못에게 떨어진 카메라들...



콘탁스는 어느 블로그에서 '똑딱이치고 무겁다'라고 해서 지레 겁먹고 있었는데, 막상 들어보니 그냥 좀 묵직하다~ 싶은 정도였음. 어깨가 잘 뭉치고 자주 아픈 편이라 카메라 고를 때 무게를 제일 중요시하는 편인데, 그냥 그럭저럭 들고다닐 만 했다. F100은 렌즈를 안 달아봐서 모르겠는데 가죽띠가 좀 끈적한 느낌이 있어서 남대문 시장 한 번 다녀와야 될 듯. 


제일 맘에 들었던 건 가장 오른쪽에 있는 니콘 FM. 기계식 필름 카메라고 오토 포커스도 없어서 직접 조리개 맞춰가며 초점을 잡아야하는데, 처음만 좀 어려웠지 번들렌즈 쓰던 감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니 잘 되더라. 세 카메라 중에 유일하게 필름이 들어가있는데, 일단 되는대로 찍어보는 중. 심지어 이거 몇방 짜리인지도 모른다. (괜찮아 원래 첫롤은 망해보는거랬어)


암튼 처음엔 엄청 겁먹었는데 막상 몇 번 만져보니 크게 겁먹을만한 건 아닌 것 같다. 일단 서울엔 FM이랑 콘탁스만 가져갈 건데, FM의 활기찬 셔터소리나 수동으로 초점 잡는 것 같은 게 다 마음에 들어서 휴대성 좋은 콘탁스보다 FM을 훨씬 많이 쓸 것 같다. FM 무겁지만...내가 잘 들고 다녀볼게...



17.05.30



html 태그는 어떻게 해보겠는데, css는 도통 감이 안 와서 하루종일 지지고 볶고 난리를 치다가 겨우 리뉴얼 성공했다.

원래 사계절 모티브 스킨으로 색 조합하려고 했는데, 헤더에 민트색 설정해놓고 나니 너무 마음에 들어서 민트초코 모티브로 바꿨다(아무도 궁금하지 않겠지만 저번 스킨은 사실 구 인스타그램을 모티브로 했다)

맨 처음 티스토리 만들었을 때 썼던 스킨도 예뻤지만 아무래도 갤러리형 목록은 뭔가 쓰기 부담스러웠는데, 지금 이 스킨은 아주아주 마음에 든다. 아마 쭉 이거 쓰면서 색깔만 입맛대로 바꾸지 않을까. 아 색조합 장인 되고 싶다(아무말)



17.05.25



작년 가을학기에 노문과에서 열리는 [러시아학 특강]을 들었다. 지도교수님이 하시는 수업이기도 하고, 평소 엄청난 양의 로드를 주시는 것으로 유명한 분답지 않게 수업이 널널해보여 의아해하며 신청했는데 역시나 강의 계획서대로 되지 않았다. 수업 첫날부터 러시아어로 된 아방가르드 논문 주고 읽어오라고 하셨으니 말 다 했다고 봄


암튼 그 때 그 수업에서 선재와 승아를 만났다. 우리는 인문학 세미나에 지원했는데 그 때 주제가 무려 사랑이란 무엇인가,였다. 세미나 시작하기 전까진 서로 이상한 환상이 있어서 쉽게 다가가지 못했고, 세미나 시작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выкать하며 지냈다. 세미나 시작과 동시에 환상 파괴 대잔치를 한 번 하고 난 뒤, 책 읽고 토론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친구가 됐다. 그리고 학기가 끝난 뒤, 우리 중 누구도 아방가르드와 사랑에 대해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없었다 (따란)


각자 사는 게 바빠 오며가며 잠깐 인사만 하다가, 어쩌다보니 셋 다 여유가 좀 생긴 덕분에 이번학기 처음으로 학교 근처에서 치맥을 했다. 



해질 즈음 바래진 문화관 건물과 거기에 진 그림자와 푸른 하늘의 조화가 예뻤다.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이 얼마만인지. 요즘은 하늘 보는 재미로 학교에 오고 사진을 찍는다.




이 술집은 원래 다른 이름인데 입구에 아방가르드 봉천이라고 네온사인 달아놓은 게 너무 임팩트가 커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방가르드 수업에서 모인 사람들이 아방가르드 봉천에서 술 마시는 상황이 웃겨서(지금 생각해보니 왜 웃긴지 모르겠지만) 애들이랑 계속 웃었음.



알프레도 퐁듀 치킨(\15,000)

기름진 거 좋아, 짠 거 좋아. 술안주로 좋아.



승아가 찍어준 사진 

거리 돌아다니다가, 승아가 빌려준 돈으로 선재가 인형 뽑아서 나한테 줬다. 인형뽑기 성공한 사람 처음 봤다고 엄청 신기해했는데, 리액션이 좋아서 뽑아줄 맛이 난다고 선재가 매우 흐뭇해했음. 저 마릴 인형 지금은 침대 위에 있다.




다음학기엔 선재가 모스크바로 간다. 별일 없으면 나랑 승아는 다음학기까지 다니고 졸업하지 않을까 싶고. 안 그래도 바빠서 보기 힘든 사람들이 더 보기 힘들어진다. 보지 못하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멀어질 것이 걱정 되다가도, 우리들 사이의 여백이 또 어떻게 꾸며질까 기대하게 된다. 


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