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27-언젠가 받았던 편지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한도끝도 없지만 일단 클리셰니까 첫인상부터 이야기해볼까. 


널 처음 만났을 땐 밤이었고 나는 굉장히 들떠있었고 너는 나한테 무척이나 살갑게 맞장구를 쳐줬었지. 너는 내가 서울에 올라와서 새롭게 만난 사람중에 아직까지도 유일한 동향사람이야. 신기하지. 그래서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날 느꼈던 그 동질감은 아직도 묘하게 선명해. 너는 처음 만난 날부터 몹시도 가까운 사람처럼 느껴졌고, 내가 그런 얘기를 하면 너는 웃으면서 받아줬지. 정말 옛날부터 알아온 친구처럼. 


그래서 내가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돌이켜보면 내가 하나도 해준 게 없는 것 같아. 말만 많았지 늘 받기만 했네. 오히려 네가 나를 늘 챙겨주고. 나는 해준 것도 없으면서 자꾸만 막 자랑스러운거야 얘가 내 친구라구 막 동네방네. 나한테 이렇게 잘난 친구가 있다면서. 너는 뭐든지 열심히 하고, 잘하고, 잘해내니까 그걸 지켜만 보고 있어도 흐뭇한 거 있지. 사실 내가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몇개월 더 먼저 태어난 언니라고 그때 네가 우리동네까지 찾아와줬을 때 되게 꼰대같은 말투로 막 ㅋㅋㅋㅋㅋ그랬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부꾸로워서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다. 제가 언니로 모시고 싶어요 언니. 사랑해요.


-갤러리를 정리하다가, 몇 년 전 B 언니가 해준 말을 발견했다. 네가 자랑스럽다고, 잘하고 있다고 하는 말을 아주 오래 들여다보았다.


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