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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은 무서운 것이다. 어떤 카메라로 사진을 시작했는지에 따라 앞으로의 사진 생활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나는 캐논의 미러리스로 처음 사진을 시작했다. 

(이전 글 링크 : [Diary] - 캐논 EOS M3, [Diary] - 캐논 EOS M6)

처음 사진을 찍을 땐 휴대성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캐논의 미러리스가 작고 가벼워서 좋았지만, 어쩐 일인지 시간이 지날 수록 사진 찍는 일에 흥미가 떨어졌다. 티스토리에도 어느 시점부터 사진을 거의 안 올렸고. 지금 생각해보면 사진을 기계적으로 찍었던 게 가장 큰 원인인 듯 하다. 후면 LCD에 뜬 모습을 그대로 담고 저장하고 와이파이로 공유하는 건 쉽다. 쉬운 일은 금방 지루해지기 마련이고. 그 때 나는 사진을 찍는 내가 기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 필름 카메라를 접하고 사진 생활이 달라졌다. 한 컷 한 컷 정성을 들여서, 내 의도를 담아서 사진을 찍는 연습을 하고 나니 사진 찍는 일이 즐거워졌다. 은근히 부담스러운 필름값과 스캔값의 압박으로 다시 DSLR로 넘어왔지만, 필름 사진을 찍으면서 연습한 것들은 몸에 배어있어서 그랬는지 사진을 찍는 일이 여전히 즐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마음 한 구석엔 사진을 더 잘 찍고 싶다는 욕구가 채워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크롭 후 확대 시 선명도가 떨어지는 크롭 바디의 한계점에 실망하는 정도였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원하는 화각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호환성이 다소 떨어지는 서드파티 렌즈군을 사용해야 하는 캐논의 제한적인 렌즈군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중 소니의 A7M3의 리뷰어 모집 글을 읽었다. 나 같은 아마추어 사진가는 사실 소니가 원하는 리뷰어가 되진 못할 것이다. 엔트리 모델을 통해 사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캐논과 달리, 소니의 카메라 모델은 주로 준프로-프로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주 고객층으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뷰어 이벤트에 참여한 것은, 만약 이 이벤트를 통해 리뷰어로 선정된다면 나는 소니에게서 풀프레임 미러리스인 A7M3를 제공 받아 그동안의 갈증을 채울 수 있고, 소니는 나를 통해 사진을 취미로 하는 소비자층에게 존재감을 나타냄으로써 상부상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어 본 사람들은 누구나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DSLR을 써야 한다고, 미러리스는 꼭 장난감 같고 사진이 너무 쉽게 찍혀 금방 흥미를 잃게 된다고 말이다. 나 또한 그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어설프게 만든 미러리스는 폰카와 다르지 않고, 자칫하면 사진에 대한 흥미 자체를 잃게 된다. 하지만 DSLR에도 분명 한계가 있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담기 어렵고, 무게가 무거워 휴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카메라를 상시 가지고 다니며 사진을 찍기가 어렵다. 사진을 많이 찍을 수록 사진 실력이 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DSLR이 가진 단점은 미러리스의 것에 비해 더 치명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DSLR급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미러리스가 가진 휴대성과 편의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풀프레임 미러리스야 말로 앞으로 카메라 시장이 지향해야 할 목표 지점이 아닐까. 관성에 따라 올해 가을 포토키나에서 발표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캐논의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접하게 될지, 아니면 운 좋게 이번 리뷰어 선정을 통해 소니의 A7M3를 접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올해가 가기 전에 풀프레임 미러리스로 넘어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