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2.20


한참 상담치료를 받으며 방황했던 게 벌써 오래전의 일이 됐다.

그런데도 누군가 자신의 의지로 이 삶을 끝냈다는 소식이 들리면 나는 다시 그 처절했던 날들의 한가운데에 내동댕이 쳐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너의 유서를 읽었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때의 내가 썼던 것 같아서. 한 줄 한 줄이 그 때의 내 마음 같아서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다.


우울이 나를 잡아먹어 집 밖으로도 나갈 수 없던 때가 있었다.

학교 선생님들을 직접 찾아뵙고 사정을 설명드린 뒤 어떻게든 성적을 받고 싶다며 메일로 어려운 부탁을 드리던 그 때, 교양 영어 과목의 선생님이 답장을 보내 주셨다.


"Please do not give up. As long as you don't give up, everything will be fine. Giving up will make thing more difficult and even worse. Do not forget that I am thinking of you and waiting."


후에 선생님을 따로 찾아뵈었을 때, 선생님은 섣불리 나를 이해한다고 말하는 대신 "살아요. 지금은 내가 하는 말이 다 거짓말 같겠지만, 살다보면 정말 좋은 날이 와요." 하고 말씀해주셨다. 너는 왜 사는 거냐고 물었지. 그 쪽이 아닌 이 쪽을 선택한 사람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그저 살다보니 정말 좋은 날이 왔다고. 다가올 좋은 날들이 기다려져서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밖엔.


삶의 저 편을 선택한 너를 두고 이 편에 선 나는 자꾸만 마음이 쓰리다.

너를 원망하지 말아달라고, 그저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해달라는데 나는 자꾸만 눈물이 난다. 왜 그랬어. 왜 그렇게 가야만 했어. 너를 탓하지 말하달라고 했는데 나는 자꾸 네 생각이 나. 사진을 찍으면서도, 네가 이 아름다운 것들을 차마 눈에 담지 못하고 떠났다는게 가슴이 쓰려서 견딜 수가 없어.


잘 가. 편히 쉬어.

나는 이 말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나의 우울이 걷잡을 수 없어질까봐 너를 배웅하러 가지 못하는 옹졸한 나를 용서해.


RIP


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