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1.22


뭐 임플란트 시술 일기를 쓰겠다는 생각은 아니고, 그냥 생각보다 너무 아파서 정신을 못 차리겠단 얘기를 좀 주절주절 해보려고 한다.


수술은 한 40분 정도 걸렸다. 역시 한 번도 평범하게 수술을 해본 적이 없는 역사의 소유자답게, 이번 실험도 꽤나 요란법적하고 예외 투성이였다. 수술이 잘 안 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좀 안고 병원을 나왔다. 밥을 좀 든든히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술 직후 패기 넘치게 아웃백에서 스테이크를 사먹었다. 잇몸도 생각보다 별로 안 부었고 피도 많이 안 나서 다행이다 생각하고 약을 먹은 다음 푹 잤는데, 정작 수술 다음날인 오늘 몸이 아주 난리가 났다. 몸살 감기라도 걸린 것처럼 온몸이 쑤시고 열이 났다. 얼굴과 잇몸이 왕창 부어서 교정 유지장치를 낄 수가 없었다. 너무 열이 나길래 감염이 걱정돼 항생제를 곧바로 챙겨먹었다. 몸이 너무 아파 오늘 두 개의 수업을 빠졌다.


수업은 못 듣더라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내 TAT peptide를 빨리 정제해야겠다 싶어서 택시를 타고 학교로 갔다. 학교 가는 길에 진짜 빻은 택시기사를 만났는데 어지간하면 '그냥 가주세요' 하고 지나갔을텐데 너무 사람을 거슬리게 해서 빻은 말 하는 족족 다 받아치면서 학교로 갔다. 진짜 신고나 해버릴까 싶네. 빻은 말에 지지 않고 따박따박 다 받아쳤다는 점에서 삶의 만족도가 매우 크게 올라가긴 했지만, 그렇다고 몸이 다 나은 것은 아니었다. 사실 지난번에 합성한 peptide가 제대로 안 만들어졌을거라고 생각하고 학교에 간건데, 이게 웬걸. Crude MALDI 찍었더니 너무 잘 나왔다. 따란... 어쩔 수 없이 HPLC 해야되겠다 싶어서 실험실을 배회하고 있는데 사수 오빠가 내 얼굴을 보더니 '너 안색이 너무 안 좋다 오늘 실험하다가 죽겠다 야.' 하면서 집에 보내줬다. 사수 오빠 최고.


지난 주말부터 대학원 결과 때문에 계속 맘졸이고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막상 결과 발표를 이틀 앞두고 수술을 해버리니까 아무 생각이 안 든다. 내일까지는 좀 집에 누워서 쉬어야지. 사실 당장 내일 떨어진다고 해도 별 느낌이 없을 것 같다. 진짜 그러려나? 잘 모르겠군. 이상 아무말 대잔치 끝.


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