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1.21




티저가 처음 떴을 때부터 기대했던 피카부. 기대 이상의 작품이 나왔다.

우선 뮤직비디오가 너무 마음에 든다. 뮤직비디오를 다 보고 나면 어딘가 오싹한 것이, 한 편의 고딕 문학을 영상으로 옮겨 놓은 것 같다. 몽환적이고 현실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것들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딱이다.


이 영상이 어딘가 고딕적이라고 가장 큰 이유는 레드벨벳이 연기하는 뮤직비디오 속의 인물들이 인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린이 들고 있는 면도날에 얼굴이 베였던 슬기는 다음 씬에서 흉터 하나 없는 얼굴로 나타난다. 배달된 피자는 보석으로 장식을 하거나 집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어디에도 피자를 먹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 거기다 서로를 향해 석궁을 쏘고 도끼를 던지지만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까지. 빠른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고 인간의 음식을 먹지 않으며, 특정한 방식으로 상처를 입지 않으면 죽을 수 없다는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존재는 바로 뱀파이어다. 초자연적 존재의 등장, 다섯 명의 소녀가 사는 커다란 저택, 그리고 그들이 사냥하는 피자 배달부 소년들. 중세 유럽을 뒤흔들었던 고딕 소설을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레드벨벳의 뮤직비디오에서 뱀파이어를 다룬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작품은 바로 Icecream cake. 개인적으로는 Icecream cake이 피카부의 프리퀄이라고 생각한다. Icecream cake 시점에선 인간이었던 예리가 뱀파이어가 되어 레드벨벳에 합류한 뒤, 피카부에서 그녀의 첫 사냥을 시작한 것이다. 보름달이 뜨는 날 밤 피자 배달부에게 석궁을 쏜 것이 예리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무튼 도저히 싫어할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가장 취향인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나왔다. 피카부에 대한 생각이 자꾸 떠올라 무슨 말이든 꼭 해야할 것 같아 이곳에 주절주절 적어보았다. 다음주엔 앨범 사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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