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자전거 타고 너에게 가기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 끊임없이 적어야 한다.
내 사랑의 유효기간은 대개 짧고, 아주 강렬한 몇 가지 기억을 제외하면 사랑했던 시간 동안 내가 느꼈던 감정은 너무 쉽게 휘발되기 때문이다.

가끔 과거의 누군가를 향해 남긴 절절한 사랑고백을 마주할 때가 있다. 말투는 지금과 똑같지만, 문장 속에 담긴 거대한 애정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그 자리에 그것이 있었다는 흔적만 남아있을 뿐. 그 흔적은 나를 퍽 쓸쓸하게 만들기도 하고 동시에 후회하게도 한다. 그 마음에 대해 더 자세히 적었어야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할 만한 사람은 자주 나타나지 않고, 설령 누군가 눈에 들어오더라도 온 마음을 쏟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싶다는 강박에 빠져 미적지근한 애정을 건네다 그만두기를 여러 번. 그럴 때마다 나를 위로하는 것은 과거의 기록이다.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마음의 겨울을 견딜 수 있었던 그 때.

그러니 사랑이 찾아왔다면 쉬지 않고 써야한다. 기적처럼 나를 찾아온 감정을 놓치지 않도록.
언젠가 이 사랑이 깨져 부스러기 하나 남지 않는다 해도, 사랑에 빠진 자전거 타고 달려갔던 그 길을 기억할 수 있도록*.

이제 자전거에 올라 힘껏 페달을 밟는다.
지금부터 시작할 이야기는 너를 향해 달려가며 마주할 모든 풍경에 대한 기록.


*김선우, 사랑에 빠진 자전거 타고 너에게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