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5.07




짝꿍을 만났다. 따지고보면 딱 8일 못 본건데 왜 이렇게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지.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고, 이야기를 해도 해도 할 말이 끊이질 않았다. 짝꿍은 요즘 대전에서 할 게 없는지 (살기 좋은 도시 대전...) 스타벅스 별 모으는 데에 엄청 관심을 쏟고 있다. 이 날도 만나자마자 "나 이제 골드 회원이야!" 하고 엄청 기뻐했다. 별 15개 모으면 받는 무료 쿠폰도 있다고 하는 게 귀여워서 밥 먹고 난 뒤에 손 잡고 사이좋게 스타벅스로 갔다.



처음엔 카라멜 팝콘 프라푸치노 한 개를 벤티로 시켜서 나눠 먹으려고 했는데, 땡스 투 골드멤버 2017 케이크를 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벤티랑 케이크를 주문했다. 짝꿍은 별 네 개 적립했다고 옆에서 또 신나있었다. 귀엽다고 말하기 입 아픈데 좀 귀여운 것 같아 





▲땡스투 골드멤버 2017 케이크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벤티



공식 홈페이지 설명을 읽어보면 헤이즐넛 다쿠아즈 시트 위에 밀크 초콜릿 가나슈를 올렸다는데, 먹어보면 설명엔 단 한 줄도 나와 있지 않은 유자 맛이 난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평을 한 걸 보면 우리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고 아마 시트 위에 유자 초콜릿 칩이 있는 것 같다. 가나슈와 유자가 전혀 어울리지 않고 따로 노는데다 유자의 자기주장이 너무 심해서 난 저 유자 층만 뺴고 먹었다. 유자 왜 넣었는지 지금도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왜 떄문이지 유자 빼고 먹으면 생초콜릿 떠먹는 것 같아서 아주 맛있었음. 짝꿍이랑 또 같이 먹어야지.



17.05.07




2015년 4월, 그러니까 약 2년 전쯤에 아빠의 100D를 빌려서 처음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디서 본 건 많아서 이것저것 구도도 잡아보고 했는데, 결국 찍는 사진은 다 평범하고 거기서 거기인 사진들이었다. 거기다 DSLR 중 가장 가볍다고는 해도 100D는 여전히 목에 걸고 다니기엔 너무 무거웠고 그렇다고 가방에 넣고 다니자니 소중한 카메라님에게 문제라도 생길까 싶어 결국엔 잘 안 가지고 다녔다. 그렇게 사진기는 비싼 장식품이 되는 듯 했으나, 어느날 밤 메모리 정리를 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구도도 엉망이고 흔들리고 초점도 제대로 안 잡힌 사진들인데도 꼭 일기를 읽는 것처럼 그 사진을 찍었던 순간의 기억이 모두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 날은 이 사진을 찍다가 무슨 일이 있었고, 이 날 이 친구랑은 어떤 이야기를 했고, 나는 이 때 무슨 고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까지 전부 다. 난 결국 그 날 밤 내내 사진을 보느라 밤을 샜고 다시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100D는 사진은 정말 예쁘게 나오지만 가지고 다니기가 어려워 미러리스를 사기로 했다. 되도록 가벼워야하고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도 부담이 없고, 100D의 색감이 좋고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졌으니 기왕이면 같은 회사에서 나온 기종을 사고 싶었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발품을 판 덕분에 캐논에서 나온 '슈퍼 서브 카메라' EOS M3를 싸게 살 수 있었다.



▲중고로 구매한 캐논 EOS M3. 100D 때부터 사진은 달 사진을 빼곤 항상 단렌즈로 찍었다.




▲카메라를 산 날(161117) 너무 기뻐서 인스타에 사진을 올렸다.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은 저 때부터 줄줄 외우고 다녔다.




그 뒤로 내 모든 일상에는 M3가 있었다. 덕분에 나에겐 추억할 것들이 더 많아졌다. 함께 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더 예쁘게 남기기 위해 카메라와 사진을 공부했고, 덕분에 사진을 찍는 일은 단순히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 아니라 내 취미가 됐다. 고장 한 번 나지 않고 튼튼하게 내 옆을 지켜준 M3, 내 류바에게 고맙다.  



며칠 전 한동안 사려고 벼르고 별렀던 EOS M6를 사게 됐다. 미러리스 두 대는 사치일 것 같아 오늘 M3를 중고로 팔았다. 그곳에서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길.





17.05.07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왔다. 황금연휴 덕분이다. 시험이 끝난 뒤에도 쉬지 못하고 바쁘게 움직였는데 간만에 고향에서 편히 쉬었다. 계속 이렇게 쉴 수 있으면 좋으련만, 과 동기들과 함께 텝스 스터디를 하게 되어 급히 단어장을 샀다. 들어오는 길에 요즘 꽂힌 바닐라 크림 콜드브루를 마시러 스타벅스에 갔는데 분명 5월 2일에 나왔던 새 MD가 아직 많이 있었다. (서울 같았으면 꿈도 못 꿀 일인데...) 마음에 드는 게 몇 개 있어서 정말 다 너무 예뻐서 하나만 딱 고를 수가 없었다. 진열장 앞에서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워터보틀을 샀다.



▲SS 스타벅스 핑크 워드마크 레나 워터보틀 (20 fl oz/591mL)



이번 여름 MD로 나온 엘마 스프링 핑크 텀블러나 엘마 스카이블루 사이렌 텀블러도 실물이 정말 엄청 예뻤지만, 난 손에 짐을 많이 들고 다니는 편이라 가방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써니보틀 종류를 훨씬 좋아해서 워터보틀을 골랐다. 물을 엄청 자주 마시는 편인데 레나 워터보틀 용량이 591mL로 아주 넉넉해서 실험실에 있거나 수업 중이라도 물 똑 떨어질 일은 없을 것 같다. 바닥을 보면 '차가운 음료만 담으세요'라고 써있는데 실제로 찬 물을 담아보니 단열이 안 되는 건지 보틀이 금세 차가워졌다. 뜨거운 음료를 담으면 아마 보틀 잡지도 못할 듯... 하지만 난 원래 한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편이라 크게 문제 될 부분은 아니다. 아무튼 매우 만족스러운 소비였다. 역시 돈 쓰는 거 대유잼:)




 

17.04.30



작년 여름이었나. 서울대입구역 롯데시네마에서 명탐정 코난 극장판을 보고, 트위터에서 본 하가우 맛집을 찾으러 짝꿍과 함께 땀 뻘뻘 흘리며 걸어갔던 기억이 난다. 막상 가게에 도착하고 나니 '하가우'라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서 엉뚱한 것만 여러개 시켰지만, 그게 다 맛있었던 덕분에 짝꿍과 싸우지 않고 매우 만족스럽게 배불리 먹었던 것도 기억난다. 그렇게 일 년에서 두 달을 좀 못 채운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다시 '하가우'를 먹으러 왔다. 역에서 좀 많이 떨어져 있는데도 불평 없이 그 긴 거리를 함께 걸어준 짝꿍에게 고맙다.


작년에 우리는 '만두가게'라는 곳에 가서 먹고 싶었던 하가우 대신 엉뚱하게 쇼마이 등등 여러가지 딤섬을 시켜먹었는데, 알고보니 하가우는 그 건너편에 있는 중식당 '타이펑'에서만 시킬 수 있었다. (만두가게는 타이펑의 만두 메뉴만 주문할 수 있는 분점이었다) 이번엔 헷갈리지 않고 타이펑으로 갔다.





▲ 제일 먼저 나온 타이펑 새우 볶음밥 (\7,000) 



짝꿍은 짜장면을 좋아하고 나는 짬뽕을 좋아한다. 짝꿍은 매운 음식을 전혀 못 먹고, 나는 교정 중이라 교정기에 염색되기 쉬운 짜장면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같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없었다. 짬뽕도 짜장면도 맛있어 보였지만 우리의 목표는 만두였기 때문에 이번엔 볶음밥 하나를 시켜 나눠먹기로 했다. 사진에 나온 것처럼 새우살이 탱글탱글하다. 밥알도 너무 기름지지 않고 고슬고슬하니 좋았고. 흠이 있다면 둘이 먹기엔 양이 좀 적었다는 것. 





▲ 위는 타이펑의 소룡포(\8,000), 아래는 타이펑의 하가우 수정교자(\9,000)



볶음밥을 다 먹고 나니 소룡포가 나왔다. 소룡포를 실제로 먹어보는 건 처음이었지만, 그동안 열심히 검색하며 간접학습한 덕분에 입천장이 데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다. 만두피를 찢으면 안에 들어있던 육즙이 흘러나오는데, 만두피가 두꺼워서 그런지 육즙이 안에 어느정도 남아있었다. 하마터면 입을 다 델 뻔 했다. 짝꿍은 소룡포를 처음 먹는 거였는데, 다 빠져나오지 않은 육즙이 뜨거울 줄 모르고 한입에 먹었다가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두 번째 소룡포부터는 젓가락으로 살짝살짝 눌러가며 육즙을 뺀 뒤에 먹었다.


대망의 하가우. 정말 뽀얗고 투명하고 예쁜 만두피 안에 통통한 새우가 잔뜩 들어있었다. 쫀득한 피와 새우의 식감이 잘 어우러져서 먹는 내내 엄청 행복했다. 짝꿍과 세 개씩 나눠먹어야 되는데, 내가 너무 좋아하니 짝꿍이 하가우 하나를 양보해줬다. 짝꿍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



*



오늘 우리는 작년 4월 즈음의 우리 사진을 보고 웃었고 손을 맞잡고 오래 걸었다. 짝꿍의 옷을 보러 들어간 가게에서 '둘이 많이 닮았는데 혹시 남매 사이냐'라는 반가운 오해도 받았다. 해마다 참 많은 것들이 변하고 우리 역시 많이 변했지만, 그래도 서로의 곁에는 서로가 있다. 그 당연함이 감사한 날들이다.




17.04.29




서울생활도 벌써 햇수로 5년차지만, 가로수길에 가본 건 처음이다. 뭔가 '가로수길'이라는 이름이 좀 부의 상징처럼 느껴져서 그런가. 학생 입장에선 좀 가기 부담스러운 곳이라고 느끼고 있었는데, 실제로 다녀와보니 정말 다른 세상 같았다. 길을 걸으면서 '나만 돈 없나봐' 라고 백 번쯤 말한 것 같다. 아무튼 가로수길의 첫인상은 그렇다. 뭐든지 비싸지만 비싼 값을 하는 곳.

머리를 자른 뒤에도 한참 가로수길을 어슬렁거렸다. 추천받은 곳 중에 두 개를 추렸는데, 하나는 딤섬 맛집으로 유명한 쮸즈 그리고 다른 하나는 수많은 인증샷이 올라오는 인스타 맛집 감성그릴. 둘 다 워낙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라 한참 고민했지만, '시험이 끝났으니 역시 고기지!' 해서 감성그릴로 갔다. (쮸즈는 다음 기회에 꼭 가봐야지.)


유명한 맛집 답게 사람들이 어마어마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예상 대기시간은 약 한 시간. 카톡이나 다른 어플을 이용해서 입장 직전에 대기 가능하다고 알리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그 자리에 없으면 끝이라고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지만, 뭐 달리 방법이 없으니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나왔다. 일교차가 커서 그런지 해가 지자 날이 좀 쌀쌀해졌는데, 옷을 좀 얇게 입고 나오기도 했고 난로 주변 자리도 다 차있어서 감성그릴 바로 옆에 있는 카페로 갔다.





▲ 카페 Picky Papa


아이스 더치를 한 잔 시켜놓고 책을 좀 읽다가 30분 뒤에는 가게 앞에서 대기했다. 다행히 난로 앞 자리가 나서 따뜻하게 있었다. 



▲가로수길 감성타코 앤 그릴 감성 파히타(\38,000)



▲가로수길 감성타코 앤 그릴 감성 파히타(\38,000)


또띠아는 무한리필이고, 소스도 부탁하면 새로 가져다주신다. 인스타 인증샷을 보면 다들 양파만 남았다고 하던데, 나는 배가 고파서였는지 양파까지 잔뜩 넣어 야무지게 먹었다. 그릴팬 바닥이 보일 정도로 싹싹 긁어먹고 후식을 먹으러 슝슝!


 

​▲ 듀자미 카라멜 소금 케이크


요즘 단짠단짠한 소금 카라멜에 푹 빠져있는지라, 감성그릴보단 여길 더 오고 싶었다(알고보니 내가 낮에 다녀온 미용실이랑 같은 건물에 있었다). 가게 이름은 프랑스어로 Deux Amis인데, 검색해보니 두 친구라고 나온다. 사장님이 두 분이신가. 아무튼 카라멜 소금 케이크에는 저렇게 조그만 마카롱이 같이 올라가는데 저게 그냥 설탕모형이 아니라 진짜 마카롱이라서 놀랐다. 카라멜 맛도 진하고 위에 뿌려진 소금 덕분에 단짠단짠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아쉬웠던 건 너무 늦은 시간이라 커피 대신 레몬에이드랑 카모마일레몬티를 시켰다는건데, 둘다 너무 달거나 셔서 케이크랑 따로 먹어야했다(솔직히 음료 맛이 너무 기대 이하라서, 태어나 처음으로 카페에서 시킨 음료를 남겨봤다).

▲ 5년만에 다시 해보는 숏컷. 동글동글한 뒤통수.


이건 내 뒷통수 모양이 궁금해서 찍어본 사진. 숏컷 하면 뭔가 크게 달라질 줄 알았는데 그냥 원래 내 모습 그대로였다. 주변 사람들도 모두 잘 어울린다고 해서 기분이 좀 좋아졌다. 머리 자르기 전에 걱정만 잔뜩 했던 게 무색할 만큼 성공적인 변신이었다. 




17.04.25



예약확인 문자가 왔다. 이젠 무를 수도 없다. 반년 동안 기른 머리를 자르기로 했다. 숏컷으로 싹둑.


평소에 장난처럼 '나 머리 자를까? 숏컷?', '숏컷 하고 싶어!' 하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는데, 막상 미용실에 예약을 하고 나니 겁이 덜컥 난다. 머리가 길면 귀찮을 때 대충 묶을 수도 있고 참 좋은데. 머리 손질엔 영 소질이 없으니 분명 엉망진창으로 다니겠지, 나.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약 5년 동안 숏컷 상태였는데, 그 때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매우 그럴 듯한 염려다. 후회와 걱정, 그리고 약간의 기대감을 갖고 걷던 중,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본다. 긴 머리가 잘 어울리긴 한데. 그래도 일단 미용실은 예약했으니 뭐 어쩔 수 없다. 정 후회되면 숏컷 하지 말고 머리만 좀 다듬고 오지 뭐.


그러고보면 뭔가 두려워서 하지 못한게 많다. 튀는 색으로 염색하고 싶어 미용실에 가면 꼭 가장 무난한 색을 골랐다. 숏컷을 하려다가 결국 무서워서(왜 무서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단발만 하고 나왔던 기억도 난다. 도전하고 싶어하면서도 뭔가 자꾸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편이다. 도전하려는 게 사소하면 사소할 수록 큰 고민을 한다. 정작 중요한 결정은 뒤도 안 돌아보고 훅훅 하면서도.


괜히 숏컷을 한다고 했나, 하고 불안해질 때면 '한 번 사는 인생이잖아.' 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달랜다.

암만 오래걸린다고 해도 머리를 기르는 데에 1년이면 되겠지. 그 1년 동안 매일매일 후회할 게 아니라면, 한 번쯤 도전해도 나쁘지 않을거야. 두 번 사는 거 아니잖아. 한 번 뿐이잖아.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잠깐 마음이 차분해지고 다가올 변화를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앞으로 며칠간 계속 마음을 졸이게 되겠지. 그 때마다 스스로에게 꼭 말해줘야겠다. '한 번 사는 인생이잖아. 겁내지마.' 라고.



(덧. 다 쓰고 나니 머리 자르는 게 뭐 별건가 싶다. 나이를 먹어서 엄살이 늘었나. 몽니의 '일기'를 무한반복 중)

17.04.25



초등학교 입학 이후로 매년 꾸준히 시험을 봤으니 나름 17년 차 프로시험러인데, 난 아직도 '시험을 본다'는 것에 익숙해지질 않는다. 고등학교 때까진 그나마 시험을 잘 보니까 재미라도 있었지. 대학에 온 뒤로 성적이 쭉 평범과 부족의 경계선을 걷고 있으니 시험도 더이상 재미가 없다. 이제 나에게 시험이라는 건 좋은 점수를 받는 것보다 시험시간에 답안지를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빼곡하게 채우며 보람과 쾌감을 느끼는 일이다. 그 순간을 위해서 밤을 새고 시간을 쪼개며 공부한다.


'학점을 잘 받자'에서 '답을 잘 쓰자'라고 목표를 바꾼 건 나에게 나름 큰 의미다. 비교대상이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이 된 것이다. 그러자 남들이 공부한 것보다 조금 더 해야된다는 강박관념이 사라졌다. 덕분에 시험기간에도 더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있다면 운동을 쉬고 열심히 먹는 통에 살이 좀 붙는다는 것뿐. 하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운동이야 다시 하면 되니까)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학점도 꽤 올랐다.


나는 대학에 계열생으로 입학했다. 약대 붐이 일었던 시기라 과학교육계열에서 화학교육과로 진입하려는 경쟁자가 많았다. 진입 기준이 학점이었기 때문에 늘 '이 시험을 망치면 진입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중압감에 시달렸다. 공부가 안 되는 날이면 책상에 엎드려 울기도 하고 스스로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자존감이 낮아지고 학교 생활이 재미가 없었다. 학점이 떨어진 건 당연한 결과다. 아슬아슬하게 진입은 했지만, 그 때의 버릇이 고쳐지지 않아 오래 고생했다. 그 긴 시간동안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끝에 마침내 예전과 다른 내가 될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내 모든 피, 땀, 눈물의 결과물이다.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 번 시험기간이 지나고 나면 엉망이 된 생활 리듬을 고치느라 몇 주를 고생한다. 이번엔 시험기간이 되기도 전에 리듬이 망가져서 고치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 시험은 아직 세 개가 더 남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울 수 있길.

17.04.24





▲ 펠리치따 젤라또 그란데(피스타치오, 크림치즈, 요거트, 씨솔트 카라멜)



한 것도 없는데 뭐가 그리 피곤했는지 하루종일 자다가(...) 커피는 먹고 싶고 나가기엔 좀 귀찮아서, 늘 그냥 보기만 했던 배민 라이더스를 이용했다. (커피를 먹기 위해서 아이스크림을 시킨다는 게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지만, 귀차니즘을 고려하면 무엇이든 말이 되는 법이다.)


맛은 1사분면부터 4사분면까지 크림치즈, 피스타치오, 요거트, 씨솔트 카라멜 순서다. 원래는 요거트가 아니라 카라멜앤쿠키 맛을 시키려고 했는데, 다른건 다 있고 그 맛만 똑 떨어졌다고 전화가 다시 왔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골랐는데 의외로 저 구성에서 요거트가 꽤 맛있었다. (물론 다른 맛도 다 맛있다. 고소한 맛의 피스타치오를 특히 추천한다.) 나는 엄청 안정지향적인 사람이라 음식점에 가면 새로운 시도는 거의 하지 않고 늘 먹던 것만 고르는데 (베스킨라벤스에서 먹어본 맛의 종류가 31가지가 안 될 것이다 분명), 펠리치따는 다양한 맛에 도전해 볼 만하다. 뭘 먹더라도 다 맛있으니까!


냉장고에 넣어둔 젤라또를 야금야금 떠먹는 재미로 오늘 밤을 버텼다. 초급 러시아어 시험이 6시간 정도 남았는데 이제야 졸리기 시작한다. 지금 안 자면 오늘 자기가 좀 애매한데, 지금 자자니 러시아어 공부가 좀 덜 됐다. 오늘도 쪽잠을 자는 수밖에 없다. 망가진 생활 리듬을 어떻게 고칠지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벚꽃과 함께 찾아온 4월이 가면, 지옥의 과제철인 5월이 시작된다. 과제 폭탄이나 시험 폭탄이나 그게 그거지만, 그래도 시험보단 과제가 낫다. 얼른 시험이 끝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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