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2.06


마지막 업로드가 12월 27일인 것을 보며 새삼 이 블로그를 거의 한 달 넘게 방치했다는 걸 알았다.


암튼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네 줄 요약을 하면 다음과 같다.


1. EOS M6를 팔았다.

2. 그 돈으로 시그마 17-50mm을 샀다.

3. 러시아 여행을 다녀왔다.

4. 아트 삼식이를 샀다.


카메라 관련해서 몇 십 만원 단위로 돈이 훅 왔다갔다 한다. 예전엔 카메라를 산 뒤에 알 수 없는 죄책감 때문에 괴로웠는데, 요즘은 써봤자 어차피 나중에 돈 벌기 시작하면 한 달 월급도 안 될 돈이고 어디가서 빚 낸 돈도 아니니 죄책감 가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즐기고 있다. 시그마 17-50은 이번에 러시아 여행 갈 때 들고 갔는데, 아주 잘 쓰고 왔음!


아무튼 이제 1월도 다 지나갔다. 방학도 20일 조금 넘게 남았는데, 그동안 미뤄왔던 공부를 얼른 다시 시작해야지 싶네. 공부하는 동안 여기에도 여행이나 그동안의 지름 같은 것들을 소소하게 업데이트 해야지.


17.12.27


시험기간 내내 'DSLR을 사야해!' 하고 발동이 걸려서 중고나라에 키워드 알림까지 걸어놓고 있다가, 18-135 렌즈랑 80d가 꽤 괜찮은 조건에 묶여 나왔길래 드디어 샀다. 마침 또 적금이 만기가 되긴 했지만, 암만 좋은 조건이래봤자 학생이고 변변한 수입이 없는 내 입장에선 너무 큰 지출이라 사실 좀 망설이긴 했다. 하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티끌은 어차피 모아봤자 티끌이고, 돈은 나중에 모으면 되니까 지금은 무엇이든 하고 싶은 걸 해라" 하고 말해줬고, 벌써 1년 전 일이긴 하지만 교수님도 나에게 '이십 대 때 무엇을 어떻게 쓰더라도 절대 낭비가 아니다' 라고 말해주신 기억이 나서 큰맘 먹고 질렀다. 


카메라 자체는 만족스럽지만 구매 과정 자체는 너무 소름 끼쳤고 사실 지금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쎄한 기분은 약속 장소로 가는 중에 판매자한테서 전화가 왔을 때부터 시작됐다. 약속 시간이 두 시간이나 남았고 이미 전날 밤에 확인 문자를 보내서 이야기가 다 끝난 상황에서 판매자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여자인 게 알려졌으니 껄끄러운 마음에 카페에 자리를 잡고 카페에서 보자고 얘기했더니 자신이 차를 가져가니까 무조건 큰길로 나오라고 하더라. 그 때부턴 정말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차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알게 된 차 번호를 짝꿍에게 보내서 10분 이상 연락이 없으면 이 차 신고하라고 일러뒀고. 약속장소에서 5분쯤 기다리자 차가 왔다. 뒷자리에 누가 숨어있진 않은지 살펴보고 있었는데, 판매자가 카메라 가방을 조수석 자리에 올려놓고는 "차 안에 들어와서 테스트 하세요!" 라고 하더라. 그 때 진짜 소름이 끼쳐서 정색을 하고 밖에서 보겠다고 했다. 카메라 테스트 하는 내내 은근슬쩍 손 터치 하는 것도 그렇고 너무 싸한 기분이 들어서 돈 주자마자 도망치듯 카페로 돌아왔다. 주변 사람들한테는 범죄학회에서 배운 걸 여기서 써먹었다고 배우면 뭐든 써먹게 된다고 웃으며 넘어갔지만 아직도 좀 짜증이 난다. 한남들 진짜 언제 죽어?





짜증나니까 내 예쁜 카메라를 보자. 기계 욕심이 많아서 카메라를 정말 다양하게 써봤는데 미러리스는 미러리스대로, 필카는 필카대로, DSLR은 DSLR대로 다 느낌이 다르다. (나중엔 브랜드별로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도 알고 싶어지려나?) 특히 80D는 홈마들 카메라로도 알려진 만큼 확실히 그 이름값을 하는 기종이다. 아직은 내가 카메라에 좀 휘둘리는 느낌이라 연습도 좀 필요한 것 같고, 마침 이번 겨울은 백수가 되었으니 사진 챌린지 같은 것을 하면서 다양한 사진을 찍어볼 생각이다.



17.12.20


한참 상담치료를 받으며 방황했던 게 벌써 오래전의 일이 됐다.

그런데도 누군가 자신의 의지로 이 삶을 끝냈다는 소식이 들리면 나는 다시 그 처절했던 날들의 한가운데에 내동댕이 쳐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너의 유서를 읽었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때의 내가 썼던 것 같아서. 한 줄 한 줄이 그 때의 내 마음 같아서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다.


우울이 나를 잡아먹어 집 밖으로도 나갈 수 없던 때가 있었다.

학교 선생님들을 직접 찾아뵙고 사정을 설명드린 뒤 어떻게든 성적을 받고 싶다며 메일로 어려운 부탁을 드리던 그 때, 교양 영어 과목의 선생님이 답장을 보내 주셨다.


"Please do not give up. As long as you don't give up, everything will be fine. Giving up will make thing more difficult and even worse. Do not forget that I am thinking of you and waiting."


후에 선생님을 따로 찾아뵈었을 때, 선생님은 섣불리 나를 이해한다고 말하는 대신 "살아요. 지금은 내가 하는 말이 다 거짓말 같겠지만, 살다보면 정말 좋은 날이 와요." 하고 말씀해주셨다. 너는 왜 사는 거냐고 물었지. 그 쪽이 아닌 이 쪽을 선택한 사람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그저 살다보니 정말 좋은 날이 왔다고. 다가올 좋은 날들이 기다려져서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밖엔.


삶의 저 편을 선택한 너를 두고 이 편에 선 나는 자꾸만 마음이 쓰리다.

너를 원망하지 말아달라고, 그저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해달라는데 나는 자꾸만 눈물이 난다. 왜 그랬어. 왜 그렇게 가야만 했어. 너를 탓하지 말하달라고 했는데 나는 자꾸 네 생각이 나. 사진을 찍으면서도, 네가 이 아름다운 것들을 차마 눈에 담지 못하고 떠났다는게 가슴이 쓰려서 견딜 수가 없어.


잘 가. 편히 쉬어.

나는 이 말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나의 우울이 걷잡을 수 없어질까봐 너를 배웅하러 가지 못하는 옹졸한 나를 용서해.


RIP


17.11.22


뭐 임플란트 시술 일기를 쓰겠다는 생각은 아니고, 그냥 생각보다 너무 아파서 정신을 못 차리겠단 얘기를 좀 주절주절 해보려고 한다.


수술은 한 40분 정도 걸렸다. 역시 한 번도 평범하게 수술을 해본 적이 없는 역사의 소유자답게, 이번 실험도 꽤나 요란법적하고 예외 투성이였다. 수술이 잘 안 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좀 안고 병원을 나왔다. 밥을 좀 든든히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술 직후 패기 넘치게 아웃백에서 스테이크를 사먹었다. 잇몸도 생각보다 별로 안 부었고 피도 많이 안 나서 다행이다 생각하고 약을 먹은 다음 푹 잤는데, 정작 수술 다음날인 오늘 몸이 아주 난리가 났다. 몸살 감기라도 걸린 것처럼 온몸이 쑤시고 열이 났다. 얼굴과 잇몸이 왕창 부어서 교정 유지장치를 낄 수가 없었다. 너무 열이 나길래 감염이 걱정돼 항생제를 곧바로 챙겨먹었다. 몸이 너무 아파 오늘 두 개의 수업을 빠졌다.


수업은 못 듣더라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내 TAT peptide를 빨리 정제해야겠다 싶어서 택시를 타고 학교로 갔다. 학교 가는 길에 진짜 빻은 택시기사를 만났는데 어지간하면 '그냥 가주세요' 하고 지나갔을텐데 너무 사람을 거슬리게 해서 빻은 말 하는 족족 다 받아치면서 학교로 갔다. 진짜 신고나 해버릴까 싶네. 빻은 말에 지지 않고 따박따박 다 받아쳤다는 점에서 삶의 만족도가 매우 크게 올라가긴 했지만, 그렇다고 몸이 다 나은 것은 아니었다. 사실 지난번에 합성한 peptide가 제대로 안 만들어졌을거라고 생각하고 학교에 간건데, 이게 웬걸. Crude MALDI 찍었더니 너무 잘 나왔다. 따란... 어쩔 수 없이 HPLC 해야되겠다 싶어서 실험실을 배회하고 있는데 사수 오빠가 내 얼굴을 보더니 '너 안색이 너무 안 좋다 오늘 실험하다가 죽겠다 야.' 하면서 집에 보내줬다. 사수 오빠 최고.


지난 주말부터 대학원 결과 때문에 계속 맘졸이고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막상 결과 발표를 이틀 앞두고 수술을 해버리니까 아무 생각이 안 든다. 내일까지는 좀 집에 누워서 쉬어야지. 사실 당장 내일 떨어진다고 해도 별 느낌이 없을 것 같다. 진짜 그러려나? 잘 모르겠군. 이상 아무말 대잔치 끝.


17.11.21




티저가 처음 떴을 때부터 기대했던 피카부. 기대 이상의 작품이 나왔다.

우선 뮤직비디오가 너무 마음에 든다. 뮤직비디오를 다 보고 나면 어딘가 오싹한 것이, 한 편의 고딕 문학을 영상으로 옮겨 놓은 것 같다. 몽환적이고 현실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것들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딱이다.


이 영상이 어딘가 고딕적이라고 가장 큰 이유는 레드벨벳이 연기하는 뮤직비디오 속의 인물들이 인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린이 들고 있는 면도날에 얼굴이 베였던 슬기는 다음 씬에서 흉터 하나 없는 얼굴로 나타난다. 배달된 피자는 보석으로 장식을 하거나 집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어디에도 피자를 먹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 거기다 서로를 향해 석궁을 쏘고 도끼를 던지지만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까지. 빠른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고 인간의 음식을 먹지 않으며, 특정한 방식으로 상처를 입지 않으면 죽을 수 없다는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존재는 바로 뱀파이어다. 초자연적 존재의 등장, 다섯 명의 소녀가 사는 커다란 저택, 그리고 그들이 사냥하는 피자 배달부 소년들. 중세 유럽을 뒤흔들었던 고딕 소설을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레드벨벳의 뮤직비디오에서 뱀파이어를 다룬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작품은 바로 Icecream cake. 개인적으로는 Icecream cake이 피카부의 프리퀄이라고 생각한다. Icecream cake 시점에선 인간이었던 예리가 뱀파이어가 되어 레드벨벳에 합류한 뒤, 피카부에서 그녀의 첫 사냥을 시작한 것이다. 보름달이 뜨는 날 밤 피자 배달부에게 석궁을 쏜 것이 예리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무튼 도저히 싫어할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가장 취향인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나왔다. 피카부에 대한 생각이 자꾸 떠올라 무슨 말이든 꼭 해야할 것 같아 이곳에 주절주절 적어보았다. 다음주엔 앨범 사러 가야지.




17.11.06


어제는 길 한가운데에서 소리내 울 정도로 감정소모가 심했던 날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멍하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 늘 지나가던 언덕에 고양이가 누워있었다. 시선이 도로 위로 길게 늘어진 창자에 닿고 나서야 고양이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다. 어떻게 수습해줘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 하다가 결국 그대로 자리를 피했다.


오늘 아침 그 언덕을 다시 내려가자고 마음 먹었을 때 고양이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가로등 불빛에 가려져 미처 보지 못했던 핏자국만 도로에 남아있었다.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도로 한 가운데에 죽어있는 고양이가 더 다치지 않도록 수습해줄 용기도 없으면서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쉽게 말하는 나 자신을 견딜 수 없었다.


외면해서 미안해. 부디 편히 쉬기를.


17.11.05


디지털 카메라 쓸 땐 돈이 없어서 강제로 치료됐던 장비병이 필카를 쓰면서 다시 나타났다^^


니콘 FM 특유의 손맛이나 빈티지한 느낌도 좋고 야시카나 콘탁스의 선명함도 다 좋은데, 사실 수동 카메라는 초점 잡기가 너무 힘들고 콘탁스는 f/3.5 인데도 툭하면 노출부족이라 아주 스트레스다. 이와중에 한 달에 한 명씩 필름으로 스냅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일을 벌여놨다보니(^^) 결국 자동초점을 잡아주는 카메라가 필요해졌다.


후보군으로 달아놓은 카메라는 캐논 EOS 5랑 그 후속모델인 EOS 30. 보통 필름 카메라를 처음 시작한다고 하면 5 쪽을 더 많이 권하는 편이고, 매물도 5가 훨씬 자주 나오는 편이다. 근데 어째 내가 사려고 마음을 먹었던 시점에서는 중고나라에 5 매물이 하나도 없더라. 오히려 30 매물이 잔뜩 나와있었다. 기스가 좀 나긴 했지만 그것 말곤 아주 멀쩡해보이는 카메라를 7만원 주고 '바디만' 샀다.




사실 28-105 렌즈를 쓰고 싶었는데, 10만원을 또 쓰기엔 내가 돈이 없어서 결국 집에서 놀고 있는 기본 캐논 단렌즈를 가져와 달았다. 오늘 출사 나갔는데 확실히 단렌즈는 접사 찍기엔 좋지만 전반적으로는 좀 애매한 감이 있었다. 사실 평소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인물 사진 찍으려고 하니 확 와닿는 단렌즈의 한계ㅠㅠ. 사진 찍는 내내 '아, 줌렌즈 사야겠다' 하고 생각했다. 얼른 돈 모아야지



17.10.29


이렇게 정신 없는 시험기간은 또 처음이네.

첫 시험은 당장 면접 다음날이었고, 임플란트 한다고 이 뽑고 교정 유지장치 받고 왔다갔다 했더니 벌써 두 번째 시험이었다. 고분자 시험이었는데 공부한 것의 10분의 1도 못 쓰고 조져버림... 별로 새롭지도 않다. 졸업하려면 겨울에 교육봉사 해야되는데 이번에 석면검출 된 학교가 많다고 학교의뢰 기관도 몇 개 없어서 또 발로 뛰었다. 이 많은 걸 했는데 고작 일주일 지났고 시험 아직 하나 남았는데 리얼 책 펴보지도 않음^^ 분자생화학인데. 다 외워야 되는데! 리얼 하루에 한 단원씩 봐도 모자란 이 상황...


얼른 시험 끝나고 좀 놀고 싶다. 날이 추워졌으니 이제 위빙도 좀 맘껏 하고, 사진도 찍으러 가고 싶은데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네. 이게 다 면접을 조진 탓이다. 나 같아도 나 안 뽑을 것 같은데 떨어졌겠지...흑흑...겨울에 졸업하고 미술 배우고 다니면서 마음의 안정을 좀 찾아봐야겠다. 사진기능사 준비도 꼭 해야지.


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