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04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라 정말로 하루 종일 덤덤했다. 굳이 생일이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그냥 조용히 하루를 보냈다. 초자를 정리하다가, 미팅 자료를 정리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다가 문득 앞으로의 생일은 모두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9월 첫주에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 생일을 목 빠지게 기다리다가 생일이 되면 잔뜩 들뜨고, 또 그러다 5일 0시가 되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급격히 쪼그라든 기분을 달래는 게 연례행사였다. 이제 그런 일이 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자 부쩍 어른이 된 것 같았다. 동시에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사실 살면서 기념할 만큼 특별한 날은 많지 않은데, 그 몇 없는 날 중에 하나가 사라져버린 것 같아서.


그래도 바쁜 와중에 잊지 않고 생일을 챙겨준 사람들 덕분에, 이 특별한 날을 아주 잃어버리지는 않고 생일날의 기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문자와 전화로 축하해준 친구들-오랜만에 민기에게서 전화가 왔다-, 스물 여섯 해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내 생일상을 차려주는 부모님, 그리고 생일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해준 짝꿍. 소중한 순간을 잊지 않고 함께해주는 이 사람들의 존재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또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아무것도 아닌 보통의 날들처럼, 스물 다섯번째 생일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