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2.27


시험기간 내내 'DSLR을 사야해!' 하고 발동이 걸려서 중고나라에 키워드 알림까지 걸어놓고 있다가, 18-135 렌즈랑 80d가 꽤 괜찮은 조건에 묶여 나왔길래 드디어 샀다. 마침 또 적금이 만기가 되긴 했지만, 암만 좋은 조건이래봤자 학생이고 변변한 수입이 없는 내 입장에선 너무 큰 지출이라 사실 좀 망설이긴 했다. 하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티끌은 어차피 모아봤자 티끌이고, 돈은 나중에 모으면 되니까 지금은 무엇이든 하고 싶은 걸 해라" 하고 말해줬고, 벌써 1년 전 일이긴 하지만 교수님도 나에게 '이십 대 때 무엇을 어떻게 쓰더라도 절대 낭비가 아니다' 라고 말해주신 기억이 나서 큰맘 먹고 질렀다. 


카메라 자체는 만족스럽지만 구매 과정 자체는 너무 소름 끼쳤고 사실 지금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쎄한 기분은 약속 장소로 가는 중에 판매자한테서 전화가 왔을 때부터 시작됐다. 약속 시간이 두 시간이나 남았고 이미 전날 밤에 확인 문자를 보내서 이야기가 다 끝난 상황에서 판매자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여자인 게 알려졌으니 껄끄러운 마음에 카페에 자리를 잡고 카페에서 보자고 얘기했더니 자신이 차를 가져가니까 무조건 큰길로 나오라고 하더라. 그 때부턴 정말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차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알게 된 차 번호를 짝꿍에게 보내서 10분 이상 연락이 없으면 이 차 신고하라고 일러뒀고. 약속장소에서 5분쯤 기다리자 차가 왔다. 뒷자리에 누가 숨어있진 않은지 살펴보고 있었는데, 판매자가 카메라 가방을 조수석 자리에 올려놓고는 "차 안에 들어와서 테스트 하세요!" 라고 하더라. 그 때 진짜 소름이 끼쳐서 정색을 하고 밖에서 보겠다고 했다. 카메라 테스트 하는 내내 은근슬쩍 손 터치 하는 것도 그렇고 너무 싸한 기분이 들어서 돈 주자마자 도망치듯 카페로 돌아왔다. 주변 사람들한테는 범죄학회에서 배운 걸 여기서 써먹었다고 배우면 뭐든 써먹게 된다고 웃으며 넘어갔지만 아직도 좀 짜증이 난다. 한남들 진짜 언제 죽어?





짜증나니까 내 예쁜 카메라를 보자. 기계 욕심이 많아서 카메라를 정말 다양하게 써봤는데 미러리스는 미러리스대로, 필카는 필카대로, DSLR은 DSLR대로 다 느낌이 다르다. (나중엔 브랜드별로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도 알고 싶어지려나?) 특히 80D는 홈마들 카메라로도 알려진 만큼 확실히 그 이름값을 하는 기종이다. 아직은 내가 카메라에 좀 휘둘리는 느낌이라 연습도 좀 필요한 것 같고, 마침 이번 겨울은 백수가 되었으니 사진 챌린지 같은 것을 하면서 다양한 사진을 찍어볼 생각이다.



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