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0.06


여윳돈이 좀 생겨 새 카메라를 샀다. 원래 계획은 롤라이 35를 사는 것이었지만 콘탁스로 뽑은 사진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좋았던 데다가 롤라이 35의 목측식 초점 방법은 익숙하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떨어졌다. 그 뒤로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야시카 일렉트로 35. 소위 말하는 가난한 자의 라이카다.


광주에 내려간 뒤로 중고나라를 계속 뒤져봤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것도 없었고 일단 매물 자체가 너무 적었다. 서울 가는대로 남대문 시장이라도 뒤져봐야하나 했는데, 검색을 좀 해보니 광주 안에도 카메라 파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하고 평이 좋은 곳은 롯데 백화점 건너편의 카메라 수리실. 주인 할아버지가 너무 친절하시다고 해서 더 마음이 동했다. 어제 미리 전화를 드려 야시카 블랙을 사고 싶다고 말씀 드렸는데, 블랙은 없고 실버만 남아있다고 하시더라. 가격은 6만원. 중고나라 가격의 반값이다!


오늘 출발 전에 다시 한 번 전화를 드리고 찾아갔다. 한 칸짜리 작은 방에서 영업을 하셨는데, 친구분도 와계시고 먼저 온 손님들도 있었다. (알고보니 그 손님들도 야시카를 맡겨놨다고. 신기한 우연이다.) 할아버지는 나를 보자마자 말없이 야시카를 쓱 내미셨다. "블랙은 안 돼. 도금이 아니고 페인트 칠한 거라 다 벗겨져요." 하고 덧붙이시면서.


할아버지는 카메라를 무척 좋아하시는 분 같았다. FM과 비슷한 듯 다른 점이 많아 필름실 여는 법과 노출계 보는 법을 여쭤봤는데, 귀찮아하는 내색 없이 친절히 가르쳐주셨다. 노출계에 불이 안 들어와도 셔터 스피드를 auto로 맞춰놓았으니 어지간하면 조리개에 맞춰서 적정 노출로 찍힌다고 알려주셨다. 대신 배터리 확인 버튼만 꼭 누르라는 말도 잊지 않으셨고.


주인 할아버지는 앞서 온 손님들에게 야시카 사용법을 알려주느라 정신 없으신 와중에도, 짐을 챙겨 나가는 나에게 "사진 잘 찍어요!" 하고 인사 해주셨다. 물건의 첫인상이라는 건 대개 물건을 살 때 받았던 인상에서 그대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야시카를 볼 때마다 주인 할아버지가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지겠지. 할아버지가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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