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에 읽었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또 발작하듯 누군가를 그리워했다. 아주 오랜 시간 친구였고 많은 부분이 닮아있었던 사람. 우리는 친구와 연인의 경계에서 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고,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언제든 맘만 먹으면 연인의 영역으로 훌쩍 뛰어내릴 것임을 알고 있었다.


줄에서 먼저 뛰어내린 사람은 나였고, 머뭇거리는 상대에 실망해 먼저 돌아선 것도 나였다. 방황하는 동안 잠시 헤어졌던 애인과 다시 연애를 시작하고 난 뒤 한동안은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앓았지만, 봄이 가고 여름이 오자 곧 모든 게 다 아득해졌다. 이제 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하며 지냈는데, 갑자기 불쑥 그 친구가 떠오른 것이다.


아마 이경도 그랬을 것이다. 어느 날은 은지를 아예 잊은 듯 살다가도 또 어느 날엔 빵을 내밀던 손끝까지 다 떠올랐겠지. 수이의 옆에서 가장 따뜻하고 편안하지만 마음은 은지를 떠올릴 때마다 불덩이를 끌어안은 것처럼 뜨겁게 타올랐겠지. 그럴 때마다 살아있는 것 같다고 느꼈을 것이다. 


나는 기어코 수이를 떠나버린 이경을 욕할 수 없다. 나 역시 4월엔 이경과 같은 선택을 했으므로.  하지만 여름의 나는 다른 선택을 했다.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기가 포근해지고 햇살이 따스해지는 경험이 모두에게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수이와의 연애는 삶의 일부가 아니었다. 수이는 애인이었지만 가장 친한 친구였고, 가족이었고, 함께 있을 때 가장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수이와 헤어진다면 그 상황을 가장 완전하게 위로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수이일 것이다. (...) 그런 수이에 비하면 은지는 얼마나 가볍게 잊을 수 있는 사람인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과 부드러운 말투는 얼마나 쉽게 지울 수 있는 허상에 가까운가.


마음을 다 정리한 지금도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만약에 그 친구와 내가 연인이 됐다면, 하는 생각. 아마 짧게 행복하고 길게 불행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너무 비슷한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은지의 말처럼 이경과 은지는 너무 비슷한 사람들이었고, 그 이유 때문에 빠르게 서로에게 빠져들었지만 제대로 헤엄치지 못했으며 끝까지 허우적댔다. 누구든 먼저 그 심연에서 빠져나와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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