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부터 8월 6일까지 읽었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에 대해 알게 된 건 대학교 1학년 여름이었다. 계절학기 첫 시간의 리딩 자료로 푸쉬킨의 <스페이드의 여왕>을 받았고, 울리츠카야의 <스페이드의 여왕>을 함께 읽어오라는 과제도 받았다. 그 단편 하나를 읽으려 그녀의 단편집 <소네치카>를 샀다. (덧붙이자면 그 때 산 아직도 다 못 읽었다) 과제를 내주셨던 교수님은 일 년 뒤 내 지도교수님이 됐다.


그 당시 나는 내 주전공에 애정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언제나 웃으며 인사를 건네 주시고 먼저 다가와 나를 걱정해주시는 노문과의 교수님을 매우 존경하고 따랐다. 아이돌을 좋아하던 시절의 습관을 버리지 못해 대형 서점의 인터넷 페이지에 교수님의 성함을 검색하고, 교수님이 번역하신 책을 야금야금 사들이곤 했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다. 책을 사자마자 첫 장에 교수님의 싸인을 받고는 3년이 지나서야 읽었다.


러시아 문학에 나타나는 몇 가지 테마 중 하나는 '작은 인간'이다. '작은 인간의 테마'란 평범한 시민이 자연이나 권력 같은 저항할 수 없는 힘 앞에서 그 존재감 등이 미약해지는 것을 말한다.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남과 동시에 러시아 문학의 금세기를 이끌었던 리얼리즘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작은 인간의 테마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책 속에는 어떤 사상이나 혹은 실체 없는 환상들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울리츠카야의 글 속에 이미 한 물 가버린 것 같았던 작은 인간들이 살아있었다.


러시아 문학을 배우면서 '작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면 정말 질리도록 읽었다. 몇 번은 그 테마에 대해 발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개념이 잘 와닿지는 않았다. 역사에 흔적을 남길 위인이 되기를 꿈꿨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 역시 평범한 사람임을 인정한 뒤부터는 작은 인간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책장을 덮으면서 3년 전에 이 책을 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는 아마 이 책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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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