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연애는 특별한 듯 하지만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서로에게 익숙한 연인, 그리고 그들앞에 나타난 새로운 사람. 이 흔해빠진 삼각관계가 지루하지 않은 이유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고 했지만, 온몸을 찌릿하게 만드는 설렘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지금 맺고 있는 관계를 지키는 것은 책임감만으론 어림도 없다. 


마고는 생을 온통 뒤흔든 그 설렘에 끊임없이 저항했다. 그녀를 루 옆에 붙잡아 둔 것은 책임감보단 두려움이었다. 마고는 누군가를 떠나 다른 이에게 닿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느낄 외로움과 고립감을 두려워하고, 두려움 그 자체를 두려워했다. 그녀의 몸은 루 옆에 있었지만 마고 자신도 그리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다. 그녀가 이미 다니엘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둘은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다. 다니엘은 마고가 다가오기를, 루에 대한 미안함 같은 건 잊은 채 이 사랑에 확신을 갖고 자신을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는 아무런 불만도 불평도 없이 기꺼이 마고와 함께 흔들린다. 당장 내일의 일도 모르면서 2040년 8월 5일 오후 2시의 키스를 약속하는 순간에도 다니엘은 망설이지 않는다. 


결국 마고는 루를 떠난다. 기다렸다는듯 그녀를 반기는 다니엘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그들을 중심에 두고 카메라가 돌아간다. 처음에 그들은 끌어안고 키스하고 섹스한다. 둘이 함께하기를 내심 기도해왔던 사람들은 그들의 눈빛, 웃음, 몸짓에 담긴 사랑을 읽는다. 함께 하는 것만으로 벅차오르는 사랑의 시작을 떠올린다. 하지만 카메라가 한 바퀴를 다 돌고 나면 그들은 점점 멀어진다. 표정은 점점 메말라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다.


마고는 다시 외로워진다. 더이상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다니엘을 위해 요리를 하고 그의 등을 끌어안는다. 그녀의 쓸쓸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영화 초반 샤워실에서의 대화가 떠오른다.


-가끔은 새로운 것에 혹해. 새 것들은 반짝이니까. 

-새 것도 헌 게 된다우.


설렘은 언젠가 사라지고 누구를 만나도 영원히 처음 같을 순 없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끊임없이 '새 것'을 찾아 방황할 뿐이다. 머리로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결국 새로운 것과 끊임없이 사랑에 빠질 것이다. 새 것들의 반짝임은 거부할 수 없을만큼 강렬하니까. 사랑의 흥망은 그렇게 되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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