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기온 25도. 최고기온 28도. 날씨 : 흐림

 

 

 

 

출발 전 호텔에서의 식사. 우리 가족이 묵은 곳은 교토 센츄리 호텔이었는데 조식이 아주 맛있었다. 넷째날 아침 오사카에서 먹은 조식이 여기보다 별로였다. 젤라또가 아주 맛있었는데, 셋쨰날엔 아예 망고맛과 라무네 맛 젤라또만 여러번 가져다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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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의 일정은 기요미즈데라(청수사)-산넨쟈카, 니넨쟈카-긴가쿠지(금각사).

 

간사이 쓰루 패스 끊어서 버스 타고 돌아다녔다. 일본 버스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뒷문으로 타서 앞문으로 내리는 구조였는데, 정말 한 명도 그 누구도 앞문으로 먼저 타지 않는다. 그리고 버스 기사님들도 승객들이 자리를 잡기 전에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자기 못 앉을 것 같으면 뒤로 타는 승객과 버스 타자마자 엑셀 밟는 기사님 많은 나라에서 온 나로써는 이 사소한 것들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일본 여행 간 게 거의 한 달 전인데 아직도 지하철 타거나 버스 탈 때면 일본 생각이 간절하다.

 

 

기요미즈데라는 오토와산 중턱의 절벽 위에 있다. 우리가 갔을 땐 아쉽게도 공사중이었다. 절 내부도 외부도 공사 때문에 정신이 없어 중간중간 부적만 사고 얼른 나와 경치 구경을 했다. 시야가 탁 트여있어 숙소 앞의 교토 타워가 보였다. 날이 맑았으면 더 선명히 보였겠지. 시간이 지날 수록 날씨가 아쉽다.

 

 

 

 

카메라, MP3 같은 전자기기들이 대부분 일본 브랜드라서 일본을 디지털의 최첨단을 달리는 나라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막상 일본에 가보니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더 지배적이었다. 하긴 그러니까 즉석 카메라 같은 것들을 아직 팔고 있겠지. 절 한 가운데에서 만난 공중전화도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찍었다. 

 

 

 

 

한 번 넘어지면 삼 년 동안 재수가 없다고 하는 산넨쟈카. 기모노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연구실 친구가 '교토는 한국으로 치면 경주 느낌이다' 라고 한 게 어떤 뉘앙스인지 단번에 이해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그런지 동전지갑, 기모노 같은 기념품들을 많이 팔더라. 녹차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많았는데, 기요미즈데라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가격이 떨어졌다.

 

 

 

 

산넨쟈카에서 니넨쟈카로 넘어가던 중, 다들 지쳐서 점심을 먹었다. 나는 이 때 별로 입맛이 없어서 밥 대신 니넨쟈카에 있다는 스타벅스 교토점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가족 여행이니 단독 행동을 하기 어려웠다. 근처에 마땅한 밥집이 없어 모밀집에 왔다. 일본어로 주문을 했다. 네이버 회화 사전과 일본어 공부 블로그가 큰 도움이 됐다. 자루소바를 시켰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맛이 좋아 남김 없이 먹었다. 

 

 

자루소바 맛에 감동 받아 가게 사진까지 찍었다. 나가기 전에 여기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환히 웃으며 맘껏 찍으라고 해주셨다.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스타벅스 교토점(교토 니넨쟈카점)이 소바집 바로 반대편에 있었다. 소바집에서 충전한 자신감을 근거 삼아 스타벅스에서도 일본어로 커피 주문을 했다. 

 

 

뭔가 달달한 게 먹고 싶어서 아메리카노랑 같이 먹을 오레오 쉬폰 케이크를 샀다. 크기도 적당하고 너무 달지 않은데다가 가격이 저렴해서(330엔!) 좋았다. 일본 인건비가 우리나라 인건비보다 훨씬 비쌀텐데 왜 한국 스타벅스의 디저트들이 훨씬 더 비쌀까? 한국 스타벅스에도 이렇게 적당한 가격대의 케이크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일본에서 스타벅스를 자주 못 가본게 너무 아쉽다)

 

 

스타벅스 교토점 2층에서 본 니넨쟈카의 모습. 뷰가 엄청 좋진 않았지만 특색 있는 모습에 만족.

 

 

 

 

 

 

 

 

 

 

여행 가기 일주일 전에 서울에서 퀴어 퍼레이드가 있었다. 그래서 어디서든 무지개를 볼 때마다 그 날의 기록과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무지개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을 찍었다. 멀리서나마 지지의 뜻을 보낸다는 의미로.

 

 

 

 

긴가쿠지. 정말로 금을 칠해놓은 줄은 몰랐다. 화려하게 꾸며놓은 건물을 보며 감탄했다가도, 날씨가 더 좋았다면 하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교토는 정말 가을에 한 번 더 와야지.

 

 

긴가쿠지에서 행운뽑기를 했다. 한국어판이 있는 줄 모르고 일본어판을 뽑아서 길한 운세라는데 도통 뭐가 길하다는 지 알 수 없었다. 한 번 더 뽑을까 했지만 아빠가 '두 번 물으면 대답해주지 않는다' 라고 말씀하셔서 그냥 갔다. 호텔에서 일본어를 잘하는 친구에게 해석을 부탁했는데, 정말 민망할 정도로 온갖 좋은 말이 쓰여있어 기분이 좋았다.

 

 
기요미즈데라에서 안 먹었던 녹차 아이스크림 먹었다. 일본어로 주문하는데 갯수를 잘못 말해서 두 번 주문했다.

 

 

어렸을 때 살았던 아파트에는 우산이끼가 참 많았는데. 바다 건너 일본에서 다시 보게 되니 반가웠다.

 

 

 

교토에서의 첫째날도 날씨가 흐리긴했지만 둘째날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구름이 너무 두껍게 끼고 햇빛이 하나도 없어서 여행 내내 찍은 사진들이 다 어딘가 밋밋해졌다. 개인적으로는 색감은 살아있되 너무 쨍하지 않은 사진을 좋아해서, 내가 기억하는 무채색의 일본을 그대로 남길 것인지 아니면 사실과 다르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예쁜 색감을 최대한 살려 볼 것인지 사진을 보정하는 내내 고민했다. 고민하는 내내 교토에서의 날들을 생각했다. 시간이 다른 곳보다 조금 천천히 흘러, 모든 게 과거의 모습 같았던 교토를 생각했다.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았던 그 날들의 느낌엔 어쩐지 색 바랜 느낌이 또 맞는 것 같아서, 관광지 사진 몇 장을 빼고 나머지는 색감을 건드리지 않았다.

 

 

 

저녁은 호텔에서 추천하는 규카츠 집에 갔다. 줄이 엄청 길었는데 설상가상 비까지 쏟아져서 더 피곤하고 카메라도 놔두고 가서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다. 아쉬운대로 구닥캠으로 거리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맛 없었으면 진짜 화냈을텐데...너무 맛있어서 기다린 시간이 다 납득돼버렸다. 그동안 내가 한국에서 먹은 규카츠는 다 뭐였을까, 싶을 정도로 촉촉하고 맛있었다! 일본은 정말 살기 좋은 나라구나. 규카츠가 있는 나라.

 

 

 

 

돌아오는 길에는 로손 편의점에 들러 이것저것 군것질거리를 샀다. 트위터에서 봤던 한정판 녹차 카라멜 모찌롤도 진짜 좋긴 했는데, 저 0칼로리 대인의 홍차가 너무 맛있었음. 한국에선 왜 안 팔까...찾아보니 머스캣 맛도 있다고 한다. 다음에 꼭 종류별로 사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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