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노동자의 삶을 주제로 한 영국 드라마다. 닥터후에서 로즈였던 빌리 파이퍼가 나온다. 난 나름 재밌게 봤는데, 티스토리에 올릴 사진 찾으려고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악평이 많더라. 뭐 '미화가 너무 심하다' 랄지, '콜걸의 이중생활에 따른 고뇌 이런 것들이 보고 싶어서 계속 봤는데, 시즌이 이어질 수록 몸 팔고 돈 벌어서 큰 집 산다는 식의 서사가 이어져서 별로다' 등등. 근데 그런 이야기 하는 사람들 속이 너무 뻔히 보이고 개인적으로 너무 별로라서 보는 내내 코웃음만 쳤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람들이 <런던 콜걸 벨>에 악평을 남긴 이유는 일차적으로 여자 성 노동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관점 때문이고,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성녀-창녀 이분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녀-창녀 이분법에 따르면 여자는 모두 성녀거나 창녀다. 따라서 사람들은 여자 성 노동자를 보면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저 사람은 사정이 있어서 몸을 파는 거지 자기가 원해서 몸을 파는 게 아니야. 저 사람은 지금 몸을 팔고 화려한 생활을 하지만 불행할거야' 혹은 '저렇게 문란한 생활을 하다니! 저 사람은 창녀야. 자기 행동에 대해 벌을 받아야 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자기 의사로 성을 팔고 돈을 받아서 자기 삶을 꾸리는 벨이 아니꼽게 보일 수 밖에. 하지만 문화인이랍시고 이 드라마에 온갖 젠체 하며 악평을 남긴 사람들이 잊은 게 있다. 성 노동은 노동의 일종이다. 당연히 성 노동자는 꽁돈을 받는 게 아니고,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그에 합당한 돈을 받는다. 심지어 벨은 세금도 꼬박꼬박 잘 낼 뿐더러, 벨이 일하는 런던에선 매춘이 불법도 아니다. 힘들어 할 필요가 없는데 비극의 주인공인 양 고뇌할 이유도, 자기가 번 돈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암튼 퇴근하고 별 생각 없이 가볍게 보고 싶어서 봤는데, 막상 감상을 정리하다보니 할 말도 많아지고 생각도 많아졌다. 시즌2나 마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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