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에 읽었다.



우리는 서로를 선택할 수 없었다. 태어나보니 제일 가까이에 복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몹시 너그럽고 다정하여서 나는 유년기 내내 실컷 웃고 울었다. 복희와의 시간은 내가 가장 오래 속해본 관계다. 이 사람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라왔다. 대화의 교본이 되어준 복희. 그가 일군 작은 세계가 너무 따뜻해서 자꾸만 그에 대해 쓰고 그리게 되었다. (p.4)



일간 이슬아 중 복희에 대해 쓴 글에 살이 약간 붙어 책으로 나왔다. 최근 나는 아무것도 없던 나를 품고 입히고 먹이고 세상을 가르쳐준 사람들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데, 그런 내 생각을 그녀가 들여다보곤 '음 이래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걸' 하고는 더 깊고 따스한 말로 바꿔준 것 같았다.


아마 같은 교실에서 만났다면 친해지지 못하고 서로의 궤도를 스쳐갔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슬아 작가의 글과 그림을 좋아한다.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면 살아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그녀의 흩어진 자아가 남긴 기록을 읽다가 먹먹함에 눈물이 나기도 하고 주체할 수 없이 웃기도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나는 그녀가 남긴 자아의 조각 덕분에 충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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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