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에 읽었다.


소리 내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오랜만이었다. 이 책을 읽는 밤, 나는 수많은 문장을 소리내 읽고 그 중에 몇 개는 녹음하여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냈다. 책을 읽고도 여운이 길게 남아, 자꾸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살아있는 동안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고양이. 살아있는 순간 자체가 기적이었던, 지금은 무지개 다리를 건너 고양이 나라에서 살고 있을 여백이. 나는 여백이를 통해 봉현 작가를 처음 만났다. 글을 읽는 내내 평범하고 일상적인 언어로 어쩌면 이렇게 따스한 글을 쓸 수 있을까, 하고 감탄했다. 글이 봄볕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단 한 번도 글로 누군가를 상처 입힌 적이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나 반성하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감히 작가의 재능을 질투하기도 했다. 작가의 글을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쯤 신간이 나왔다.


신간을 사기 전에 다소 망설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가 사랑에 대해 말했기 때문이다. 내 안에서 사랑이 우선순위를 잃은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나는 실망하지 않을까 하고 지레 겁을 먹었다. 하지만 역시 기우였다.


나는 네가 필요했다. 네가 있어서 살 수 있었다. 너는 그런 나를 위해 모든 걸 해주는 줄 알았다. 내 곁에 있어주는 거라 생각했다. 자기가 없으면 내가 죽을까봐. 아플까봐, 또 울까봐. 외로운 내가 불쌍해서 나를 안아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사실 네게도, 내가 필요한 것이었다. (p.94)


매 순간 조금씩 늙어간다. 청춘이 아스라이 가는 것이 슬프다. 소중하고 소중한, 나의 찬란한 젊음을 시간에게 내어주고 있다. 어쩔 수 없다면 그 댓가로 대단한 것을 얻어내야만 하는데, 그래야 덜 억울할 텐데... 젊음을 내어주는 대신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p.126)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했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나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맨몸으로 부딪쳤다. (중략) 너는 알까. 그런 위험을 감수하며 너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내가 상처 입을 가능성을 알면서도 너를 믿어보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을. 나의 평화를 버리고, 나를 잠재적 위험 속에 몰아놓고, 두려움과 걱정을 가득 안아야만 나의 사랑이 시작된다는 것을. (p.163-164)


어느 순간부터 연애가, 사랑이 내 삶을 좀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 아파하고 주저앉아 울고 웃는 동안, 같은 꿈을 꾸던 사람들이 저 앞으로 달려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도 그 즈음이었다. 조바심이 났다. 그동안 외면하던 내 꿈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자 사랑에 대한 생각은 저 뒤로 밀려났다. 사랑이 없어도 되는 사람처럼 살았다. 하지만 작가가 차분히 풀어놓는 지난 연애와 사랑에 대한 글을 읽는 순간, 내 마음 속 어딘가에 그대로 묻어놓았던 사랑과 사랑이 되지 못한 기억들이 다시 나를 찾아왔다. 오랜만에 마음 편히 그 기억에 젖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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