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금진, 잠수함


나는 잠수함

네가 사는 물 밖으로 다신 나가지 못 한다

자꾸 아래로 침잠하는 버릇.

아무데도 나는 정박할 수 없구나

바다 밑에 문어발처럼 뻗은 섬의 뿌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씩씩거리며 용암을 토하는 화산의 아가리가 얼마나 깊은지

나는 네가

그런 어둡고 탁한 깊이를 평생 모르고 살아가길 바란다

어느날엔가 그냥 장난처럼 낚싯대를 하나 가지고 나와

그 끝에 잠시 파닥거리는 웃음을 미끼로 달고서

재미있게 하루를 드리웠다가 거두어 가거라

그 때 나는

온통 철갑으로 둘러진 무거운 몸을 죄악처럼 입고서

네 그림자 밑을 조용히 스쳐 지나갈 것이다

녹슨 쇳조각 떨어져 내리는

폐선들이 가라앉은

심해의 어둠 속으로 다시 나를 꿇어앉혀야 할 일만 남은 것처럼

미안하다, 너에게 가지 못한다

나는 잠수함,

물 밖으로 꺼내놓은 작은 잠망경 하나에

행복한 너를 가득 담고서 네 앞을 지나간다

깊은 해구 속에서

무시무시한 귀신 고래의 울음소리를 내면서

나는 밑바닥을 산다 그리고

이제 간신히 너 하나를 통과해 가고 있는 것이다


미안하다,

너에게,

다신 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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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