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부터 3월 24일까지 읽었다.


과학자가 이렇게 좆같은 직업이라고 왜 아무도 나에게 미리 말해주지 않았나. 아니, 사실 사람들은 항상 말해줬는데 그 때마다 내가 "아니야, 재미있어!" 혹은 "할 만 해" 라고 이야기 한 거겠지... 무튼 지난 1년 반 동안 깨지고 구르며 '이쯤되면 짬 좀 찼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이 다 민망할 정도로, 3월의 연구실 생활은 너무 힘들고 버거웠다. 두 달 동안 글자 하나 안 보고 놀았던 데다가 출근과 동시에 실험팀까지 바뀌니 도통 적응을 할 수가 없었다. 실수의 연속이었다. 퇴근 후에도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고 집에 돌아가서 논문을 읽다가 새벽 늦게서야 잠에 들었다. 그런 생활을 한 달이나 했더니 미쳐버릴 것 같았다. 유난히 실수가 많았던 어느 금요일 밤, 지치고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싶어 이 책을 샀다.


"도망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나는 그걸 깨닫지 못했어요. 그 아이는 어릴 때부터 성실하고 어떤 일이든 열심히 했죠. 나도 남편도 늘 힘내라, 열심히 해라 격려하면서 길렀고요. 괜찮아, 너라면 할 수 있으니까 힘내라고 말이에요."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잘 할 수 있어. 넌 할 수 있어. 이런 말을 늘 들었다. 거기다 대고 차마 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없었다. 용기가 나질 않았다. 나는 끝내 아오야마처럼 도망치지 못했다. 용기를 내지 못한 대가로 죽을 듯이 노력하고 괴로워하고 있다. 요즘도 문득 이게 내가 원하는 길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젠 정말 멈출 수가 없다. 늘 그랬던 것처럼 끝내 해내게 될지,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삶을 살다 갈지, 아직은 확신을 못하겠다.


괜찮아. 인생은 말이지, 살아만 있으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어.


어제와 똑같은 오늘, 그리고 오늘과 똑같을 내일을 그저 묵묵히 달려가야지. 바라던 삶을 살지는 못하더라도,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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