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준 좋았던 포스터들 그냥 다 올려야지 나라타주 너무 좋으니까!!


남은 2018년에 어떤 영화를 보더라도 아마 나라타주만큼 기억에 남진 않을 거다. 영화를 보러가기 전에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가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소설과 비교를 하게 됐다. 


나라타주는 나레이션과 몽타주의 합성어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의 느낌을 더 잘 살린 건 영화 쪽이다. 이즈미의 나레이션으로 흘러가는 영화의 시간, 그 중간중간에 삽입된 불연속적인 기억의 파편들이 주는 느낌이 좋았다.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아이젠슈타인 생각이 났다) 아무래도 책에서 다뤄진 내용을 영화에 다 담으려고 하면 런닝타임이 전쟁과 평화 급으로 길어졌을테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책에서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장면들도 생략되고 인물들 사이의 관계도 과하게 단순해진 점이 좀 아쉬웠다. 원작소설이 있는 영화가 다 그렇듯 나라타주도 영화를 먼저 보고 나서 책을 읽는다면 만족도가 더 높을 것이다. 나는 책을 읽고 영화를 봐서 보는 내내 불만스럽긴 했지만.


나라타주는 사랑을 말한다. 세상의 모든 사랑 영화가 남자의 첫사랑에 대해 말하지만, 나라타주는 이즈미의 목소리와 시선으로 여자의 첫사랑을 이야기한다. 제대로 끝맺지 못한 감정을 다시 마주하고, 도망가고, 결국엔 아프게 마침표를 찍기까지의 이야기. 남성 중심의 지루하기 짝이 없는 첫사랑 서사가 아닌 여성 중심의 첫사랑 서사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사랑에 대한 섬세한 묘사였다. 사실 사랑은 꽤 단순하게 다뤄진다. 사랑을 주는 쪽과 받는 쪽, 혹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 마치 이진법의 세계에 사는 것처럼 사랑의 모든 요소는 0과 1의 논리로 분류된다. 하지만 사실 0과 1 사이에도 무수히 많은 수가 존재하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그런 애매한 온기들은 꼭 있기 마련이다. 나라타주는 그 애매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날것 그대로 풀어낸다.


사랑의 끝에서 "너는 나를 사랑했어?" 혹은 "나한테 진심이었어?"라는 질문이 나올 때면 사람들은 대개 침묵하고 만다. 사랑했었고 진심이었지만, 그 순간에 침묵보다 더 좋은 답은 없기 때문이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은 무의미해진다는 것을 나라타주를 통해 깨달았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아 '사랑하지 않았다면 왜 그랬겠어' 하고 스스로 납득하고 더이상 묻지 않게 되면서, 이즈미 뿐만 아니라 나 역시 성장한 기분이었다.


비 오는 날이면 계속 나라타주가 떠오를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1632   9  17
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