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부터 1월 16일까지 읽었다.


아직 2018년 2월이지만, 누군가 올해 읽은 것 중에 가장 감명 깊었던 책이 뭐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이야기 할 것이다. 그 정도로 좋은 책이었다. 2018년을 이 책과 함께 시작해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했다.


최근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많이 눈에 띈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워킹데드 시리즈나, 얼마 전 마지막 편이 개봉된 메이즈 러너 같은 것들이 그렇다. 앞서 말한 두 작품이 '이 지옥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해가 지는 곳으로>는 '사람은 왜 살아야 하는가', 톨스토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작품 속의 인물들은 각자 나름의 대답을 찾는다. 그들이 찾은 삶의 이유는 다양하다. 집념, 욕망 등등. 하지만 이 수많은 이유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욕망을 가진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 수록 인간성을 잃고 추악하게 변하지만, 사랑을 품은 사람들은 지옥의 한 가운데에서도 고귀함을 잃지 않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작가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빌어 답한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고.


같이 가야 해. 죽지 말아야 해. 세상이 지옥이어서 우리가 아무리 선하려 해도, 이렇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이미 악마야. 함께 있어야 해. 한순간도 쉬지 않고 서로를 보고 만지고 노래하며 사람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해.


이 책의 인물들은 꼭 도스토예프스키의 인물들 같다. 인물 각자의 삶이 하나의 테제가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소설 속의 인물들은 전형성을 잃고 독자적인 캐릭터를 갖는다. 그런 인물들을 만들기 위해서 작가는 분명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얼마 전 <딸에 대하여>에 혹평을 한 이유가 이것이다. <딸에 대하여>를 쓴 작가는 게으르다. 이 책의 인물들은 모두 전형적이고, 그 전형성에 의거해 모든 사건이 전개된다. 퀴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어머니는 딸의 정체성을 거부하고, 퀴어인 딸은 (퀴어라는 특성을 가진 거의 모든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그렇듯)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으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단계의 투쟁이 나타난다. 투쟁에 대한 묘사는 격렬하지만 전형적이기 때문에 지루하고, 기만당한 느낌까지 든다. 인물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책을 읽으니 그 분노가 더 깊어진다. 


+독서 기록장에 책을 정리하다가, 문득 이 문장이 온 마음과 머리를 울렸다. 기억하고 싶어서 덧붙인다.


지켜야 한다. 사람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집에 언제 가느냐고 해민이 또 묻는다면 대답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설명해야 한다. 미루는 삶은 끝났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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