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원래 진짜 안 보는데 입덕도 했겠다, 약속시간도 남았는데 할 것도 없으니 뭐 좀 봐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다. 아라시 주연 드라마 중에 제일 아무 생각없이 보기 좋은 드라마인 것 같아서 골랐는데 보는 내내 혼돈이었던 건 함정이지만.


1화부터 마지막까지 암만 생각해도 '사실 이거 꽃보다 남자 타쿠타로 버전인가?' 할 정도로 타쿠야x타로 분량이 엄청 났다. 드라마에서 밀어준 러브라인은 타로-여주인공, 타로-조연 남자 이 두 개지만, 사실 타로-타쿠야까지 해서 총 사각관계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이렇게 느낀 가장 큰 이유는 미무라 타쿠야 캐릭터가 타로의 지지리 궁상에 재미를 느낀 도련님 캐릭터인데 자꾸 본체(쇼)가 타로를 멜로 눈깔로 봐버려서 그렇게 된 듯. 쇼의 연기력 부족이 이상한 스토리랑 만나서 희한한 결과를 낳았다.


대책 없이 애를 잔뜩 낳아놓고 책임지지도 않고 마이웨이로 사는 부모라든가, '부자가 아니면 안 돼!' 하고 돌아다니는 여자애라든가, 또 자기 후배를 성희롱 하는 대학 교수까지 보는 내내 빻은 점이 잔뜩 나와서 매우 마음이 불편했으나...이건 2007년이다, 2007년이다 하고 염불을 외우면서 겨우 다 봤다.


사실 이 드라마가 예상치 못한 퀴어 드라마라거나, 드라마가 빻았다거나 뭐 이런 것 때문에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꾸 의도치 않게 비판적인 해석을 하게 된다는 거다. 찾아보면 사람들은 7화에서 너무 버티기 힘들었다고 하는데 난 8화, 9화가 그랬다. 타로네 아버지가 부잣집의 후원을 받게 돼서 가족 모두가 대저택으로 이사를 가자, 그 전까진 타로 옆에 찰싹 붙어다니던 타쿠야가 타로를 외면하고 다닌다.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한다는 핑계로 만든 자리에선 타로의 옛날 판잣집으로 가선 '너는 정말 그 집에서 행복해?' 하는 식으로 묻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타로네 가족이 다시 판잣집으로 돌아온다.


나는 왜 거기서 박완서 작가의 <도둑맞은 가난>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가난과 그에 딸려오는 여러 사건들을 재미로 소비하는 게 소설 속 부잣집 아들의 서민 체험과 뭐가 다를까? 사실 그전까지 타쿠야가 타로에게 보여준 다정함이나 호의의 표시는 모두 일종의 대가였던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너의 가난이 재밌고 네 옆에서 그 재미있는 구경을 하고 있으니 내가 기꺼이 값을 지불하겠다, 라는.


드라마는 가난한 집안 환경에도 불구하고 타로가 타쿠야와 함께 대학에 진학했다는 훈훈한 결말이었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스윗하고 친절한 부잣집 도련님 미무라 타쿠야를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나? 이 드라마는 정말로 해피엔딩인가? 개인적으로 두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전부 '아니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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