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에 읽었다. 


판타지의 총체였다. 단순히 주인공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퇴마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판타지라고 하는 게 아니다. 이 책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건 교사에 대한 판타지다. 사실 세상에 교양 있는 교사는 학교를 잘 뒤져보면 한 명 정도 있을거고, 유난히 정의로운 교사도 잘 찾아보면 두어 명 있을 거다. 하지만 교양 있고 정의로우면서 작가의 말처럼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사를 찾기란 글쎼, 하늘의 별따기 아닐까. 몇 번의 교사 체험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그렇다. 교사가 만일 누군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면, 그건 그냥 수업 준비하고 행정 처리하다가 운 좋게 얻어걸린 것에 불과하다고.


평범한 소설이고, 사실 퇴마록 같은 엄청난 묘사를 기대했다면 충분히 실망할 수 있는 소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이 마음에 유독 진하게 남는 이유는 작품의 인물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때문이다. 보건교사 은영이나 한문교사 인표는 현대에 다소 저평가 되고 있는 내면의 가치를 중요시 여긴다. 친절이나 올바른 가치관 같은 것들을. 교내의 동성 커플이 집단 구타를 당한 사건에 대해 한문 교사인 인표가 느끼는 감정을 서술한 부분을 읽어보면 인표를 따라 내 마음이 참담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주에 서로 사귀던 여학생 커플이 집단 구타를 당했다. (...)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건 나중에, 아이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나이가 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인표는 냉정하게 생각했다. 해치려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가득 만날 테니까 지금은 손잡게 다니게 두고 싶었다. (...) 그런데 이번 커플은 구타를 당했다. (...) 떄린 아이들을 다그쳤는데 그 나이 특유의 방어적인 얼굴로 한 아이가 말했다.

"더러워서요. 더러워서 때렸어요."

더러운 게 뭔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게 교사로서 참담했다.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돌아보면 묵직한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데, 문장이 담백하면서도 감동이 진해서 인상 깊었다. 새삼스럽지만 세상엔 참 좋은 책을 쓰는 작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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