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에 읽었다.


일전에 누군가 책 읽는 취향을 만드는 법에 대해 쓴 글을 읽었다. 거기에서 권하기를 우선 작가를 가리지 말고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은 뒤,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생기면 그 책의 저자가 쓴 책을 하나하나 읽으라고 했다. 확실히 김훈이나 이문열 같은 치들의 작품을 피하면서 스스로 어떤 류의 글을 좋아하는지 깨달을 수 있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김하나 작가의 책을 또 고른 것은 일전에 읽은 <힘 빼기의 기술>이 아주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힘 빼기의 기술>보다 먼저 나온 책이지만 작가 특유의 화법은 그대로여서 읽는 내내 기쁜 마음이었다. 좀 다른게 있다면 이 책은 좀 더 무언가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느낌이 있고, 그래서인지 책에 전체적으로 힘이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이야기의 서문인 지식 지혜에서부터 작가는 나름의 선전포고를 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진짜로 하고 싶은 얘기는 글자가 아니라 문단과 문단 사이에 있다.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여러 가지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될 수 있는지, 티셔츠를 정리하는 방법과 프랑스 혁명이 어떻게 꿰어질 수도 있는지에 내 한 줌 지식을 이리저리 연결해 보면서 나는 교양이 아닌 유연성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내게 무척 재미있는 작업이다. 나는 풀뿌리의 모양과 오래된 동네의 골목이 뻗어나간 모습이 닮았다는 걸 느끼곤 한없이 즐거워하는 유형의 인간이므로.


언어는 사고를 프레이밍한다 장에서는 아예 본격적으로 사회언어학 이야기를 꺼내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언어를 틀어쥐는 자가 사고를 지배한다고 거듭 주장한다. 힘차고 당당한 주장을 이어가면서도 MP3 시대에 유행하는 LP와 카세트테이프, 그리고 스러지지 않는 벚꽃엔딩처럼 시대착오적인 것들의 매력을 이야기 할 때는 또 한템포 쉬어가는 느낌이 들면서 긴장이 풀어진다. 누가 에세이를 읽기 쉬운 글이라고 한 걸까. 김하나 작가의 글은 단 한 번도 읽기 쉬웠던 적이 없다. 나는 이번에도 작가가 의도하는 대로 흔들리고 고민하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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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YOUN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