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부터 9월 26일까지 읽었다.


올해 5월의 일이다. 모아놓은 돈을 헐어 캐논에서 나온 새 미러리스를 샀다. 원하는 기종을 사기까지 꽤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던데다 내 손으로 산 첫 장비인지라 구매버튼을 누르고 한동안 설레는 날들을 보냈다. 그런데 정작 카메라를 받고 나니 사진 찍는 일이 더이상 재밌지 않았다. 비슷비슷한 사진들을 무더기로 찍어놓고 다시 들여다보지 않는 날들이 많아졌고 사진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시들해졌다.


그러던 중에 필름 카메라를 받았다. 노출계도 다 고장나서 인터넷 뒤져서 노출 계산하고, 기껏 필름 한 롤 다 찍어놨더니 흑백 필름이라 집 근처에선 현상도 안 되고. 진짜 처음 두 롤을 찍을 땐 진짜 엉망진창이었다. '아 이거 미러리스로 찍으면 편한데', '이거 내가 잘 찍고 있긴 해?' 하면서 스트레스도 받고 마음 고생도 엄청했다. 그 때 이 책을 처음 읽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내가 이만큼이나 모르고 사진을 찍었구나' 했다. 니콘 FM에 심도를 예측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는 것도 여기서 알았다. (깨닫고 난 뒤에도 잘 쓰진 않지만...)


이 책을 다 읽은 뒤에도 내 사진 실력엔 어딘가 엉성한 부분이 남아, 필름을 다섯 통이나 쓰고 겨우 감이 아닌 기술로 초점을 맞추게 됐다. 반셔터만 누르면 무엇이든 찍어주던 세계에서 모든 걸 내 손으로 해야하는 세계로 넘어오니 기술이 채워주던 내 빈틈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필름으로 사진을 찍는 일은 여전히 어렵고 복잡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사진들은 모두 소중해서 허투루 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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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YOUN SKIN